베란다에 쳐박아 놓은 기타를 다시 꺼내 볼까?
며칠 전 신규 입사자를 뽑는 실무 면접에 참여했다. 면접자들은 지원자에게 실무 역량에 관련하여 다양하게 질문했다. 그런데 같이 면접을 보았던 팀장님이 지원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묻는 질문이 한 가지 있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본인 만의 비법이 있으세요?”
회사에서 업무를 진행할 때면 필연적으로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내가 하는 일도 겉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많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고,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면접 때도 이런 질문을 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잘 푸는 각자만의 방법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업무 환경에서 모든 문제가 쉽게만 해결되지는 않고, 그러다 보면 스트레스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진다. 하루 종일 ‘문제’에만 시달리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리는데, 이를 정리해 주는 과정이 없으면 내일 또다시 새로운 ‘문제’로 헝클어진 머릿속을 채우고, 결국 언젠가는 ‘문제’를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하루에 일을 마치고 나서든, 주말에든, 한 달 혹은 3~6개월에 한 번이든 ‘문제’에서 벗어나 다시 ‘문제’를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충전해야 한다.
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취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본다. 아마도 각자의 삶 속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 그들만의 비법일 것이다. 악기를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그 외에도 다양하고 신기한 일들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한편으로 나는 약간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도구라 할 수 있는 ‘취미’는 예체능 쪽의 일들이 많다.
나도 어렸을 적부터 다양한 예체능에 관심을 가졌는데, 되도록이면 그런 일들을 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을 잘 그리거나 음악을 잘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관심이 아주 많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어쩌 저쩌한 과정으로 애니메이션 프로듀서로 일하게 되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너무 좋아하는 ‘덕후’는 아니었으니 ‘성덕’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일은 분명 축복받은 것이다.
문제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스토리를 쓰고, 디자인을 하고(물론 디자이너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만들고(애니메이터가), 주제가를 만들고(작곡가님이랑) 하다 보면, 이 일들도 모두 스트레스 투성이다. 그래서 나도 스트레스를 피해 내가 좋은 일을 하며 머릿속을 정리하려 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다 일이다.
남들에게는 취미이고 자신들의 일에서 벗어나는 수단인 다양한 활동들이 나에게는 다 업무 연관성이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지금 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디자인 이슈가 떠오르고, 기타 연습을 하다 보면 어제 팀장님께 퇴짜 맞은 엔딩 주제곡이 떠오른다. 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이런 단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완벽한 것은 없는 법. 결국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글씨 쓰기(캘리그래피), 요리하기, 기타 치기이다. 가급적이면 업무가 떠오르지 않으면서도 즐겁게 할 일을 골라 봤다.
좋아하는 일을 하든 그렇지 않든, 일에만 몰두해 살아가는 삶은 50년대 흑백 드라마와 같다. 색다른 취미를 만들어 지루한 삶에 몇 개의 색을 더해 보자.
-jcob_w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