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알바하는 삶을 산다는 것

by Wayfarer

2년 전, 마지막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정규직 직장 없이도

어떻게든 살아남고 있다.


프리랜서로, 또 파트타이머로
그때그때 가능한 일들을 하며
간간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빼박 30대가 되고 나서야

남들이 말하는 '안정적인 직장'하나 없이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게 될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전개다.


이럴 줄 알았으면 20대 중후반에 알바하는 걸

불안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즐길 걸


남의 시선과 내 통장 잔고가 신경 쓰일 테니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런 삶의 형태를 살지는 몰랐지만


어쩌면 이 삶이

단순히 그냥 정착 전 떠도는 상태가 아니라,

내가 고른, 진짜 나에게 맞는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든다.



정해진 시간까지 출근하러 지옥철을 뚫고,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스몰토크하며 밥을 먹고,

집중력이 떨어져도 정해진 시간까지 자리만 지키다

다시 지옥철을 타고 퇴근을 하는

내 과거 직장인의 모습을 떠올리면,


솔직히 말해

다시는 선택하고 싶지 않은 길이니까.

지금의 내 삶은 내가 원했던 삶에

조금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쉬는 2년 동안,

나는 나에 대해서 꽤 많은 공부를 했다.


수많은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살아오며 반복했던 행동 패턴과 감정 패턴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당시 노션에 적어놓았던 <자기 발견> 목록



특히 내가 [어떤 환경]과 [어떤 순간]에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는지,

내 안에 [어떤 욕구]들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지,

그리고 [언제 가장 성취감과 기쁨]을 느끼는 사람인지에 대해.



20대의 나는, 당연하게도

나에 대한 기준이 거의 없었다.


그때그때 그럴듯해 보이는 선택을 붙잡고,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며
어딘가에 잘 흘러가고 있는 것처럼 살았다.


하지만 막상 그 길 위에 서 있으면
이게 정말 내가 선택한 삶인지,
아니면 괜히 안전해 보이는 쪽으로 도망치듯 선택한 건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


돌아보면 그때의 불안은

내 삶의 방향을

'내 손으로 잡고 있지 않다는 느낌'에서 나왔던 것 같다.


30대가 되어서야 조금씩
나라는 사람의 사용 설명서를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사실 여전히 자주 흔들리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내가 틀린 사람인 것 같아서’
무너지는 일은 줄어든 것 같다.




당연히 내가 선택한 삶엔 여전히 의심과 불안이 따른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의 "요즘 뭐 해?"

라는 질문에 설명이 길어지는 순간,


혹은 내가 매번 챙겨보는 연애프로그램에서

내 또래들의 어마어마한 자기소개 보는 순간엔,

사실 '이게 맞나..' 싶기도 하다.

뭔가 내 직업을 말해야 하는 순간이 콤플렉스가 된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나는

이 과정이 내 인생의 한 챕터일 뿐,

나의 전부가 되지는 않을 거는 걸 안다.


그렇게 지금 마음이 평온한 상태에서

내가 좋은 선택을 하고 거기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기심이 있다.


그걸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다른 길 위에 서 있겠지.

여전히 도착지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엔 정답이 표시된 지도는 없다. 지금 '여기'에 서 있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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