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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서 Aug 21. 2021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다니

비건으로 살기

나는 뭐든지 잘 먹는 사람이었다. 

육식 채식 양식 한식 가리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현지 음식에 잘 적응했고, 뷔페에서도 가리는 음식이 없어 결정이 힘들 정도여서. 입맛과 판단이 빠른 친구 뒤에서 가성비가 좋은 음식을 따라먹곤 했더랬다. 

그 와중에 떡볶이, 피자, 치킨 등 배달 음식에도 정기적이며 성실한 소비자였고.      


그런 내가 채식주의자가 됐다.      


사건의 시작은 올해 6월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2년마다 하는 종합 건강 검진을 받으면서, 어쩌다 느껴지는 아랫배 통증에 (심하지 않았고, 그냥 혹시나 해서) 복부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받게 된 거다. 그러면서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게 된다. 

담낭에 3센티 정도 크기의 돌이 있다는 거다. 혹시 모르니 큰 병원에 가서 CT나 MRI를 찍어보라는 것.

그 후의 과정은 자연스럽고 빠르게 흘러갔다. 

강남 성모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잡고, 담낭절제술을 받았고, 3박 4일 입원을 했다. 오래전 딸아이를 출산할 때 빼고는 이런 병원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스스로 다짐했다. 

다신 내 뱃속에 이런 거 만들지 말자고.      


뭘 잘못했길래 쓸개에 돌이 생기고, 결국 쓸개를 제거하게 된 걸까.

몇 년 전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서 고지혈증 약을 먹기 시작했다. 그냥 약만 먹으면 된다고 해서 먹었고, 수치는 바로 안정이 됐다. 하지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진 건 하나의 전초 단계였다. 혈관이 그렇게 망가지면서 혈압이 높아지고, 대사증후군이 이어지는 거다. 다행히 이번엔 돌이었지만, 다음엔 용종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암이 내 몸에만 비켜가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퇴원하는 날, 담당 의사 샘은 수술이 잘 됐으니, 이제 아무거나 먹어도 된다고 했지만, 내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스스로 아무거나 먹지 말자고 다짐했고, 이런저런 책과 유튜브를 뒤적이다가 내린 자가 결론은 

현미채소과일이었다.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거다. 

‘그렇게 먹으면 건강에는 좋겠지. 하지만 나랑 무슨 상관이람.’

한 치 앞을 모르고 이랬겠지 ㅜㅜ

하지만, 3박 4일의 고통과 다짐은 뭐든 실천하게 만들었다. 

아침마다 마시던 믹스 커피를 끊었고, 육식(생선, 우유, 계란 포함)과 가공식품(사랑했던 밀가루 ㅜㅜ)을 멀리했다. 

내 몸에 들어가면 나쁘다는 거 굳이 먹지 않기로 했다.      


식생활은 개개인마다 몇십 년에 걸쳐 쌓인 습관과 신념이라, 인생관이나 종교와도 버금가서 쉽게 권할 수는 없다. 이거 저거 다 빼면 ‘뭘 먹으라고?’ 반발하며 다들 펄쩍 뛴다. 

당장 함께 사는 가족과도 완벽하게 식단을 공유하지 못하니, 혼자서 외롭게 채식을 한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결과가 놀라우니 절대로 외롭지 않다. 

지난 두 달 동안의 변화를 정리하면 이렇다.  

    

1. 몸무게 4-5킬로가 자연스럽게 빠졌다. (알잖은가, 1킬로 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2. 서서히 오르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현재 약을 끊고 10월에 검사해야 한다) 

3. 가끔 꽉 막히던 변비가 모닝커피 없이도 해결이 됐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도 참 조심스럽다.

내가 신을 경험했으니 너도 신을 믿으라고 (참고로 난 종교가 없다) 전도하는 느낌을 줄까 봐서다. 

하지만 이 좋은 걸 나만 알고 사는 건 치사한 거 같고, 

그러면서 맛있고 다양한 음식이 넘치는 세상에서 아직 살날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무조건 현미 채식을 강요하는 건 잔인한 거 같기도 해서다. 나는 몇십 년 동안 이것저것 다 먹어놓고 말이다. 

다행히(?) 이 나이에 깨달았으니 꼬박꼬박 지키는 걸지도. 

이젠 맛있는 걸 먹는 것보다 안 아픈 게 더 중요하니까. 아니, 현미, 채소, 과일이 맛없는 건 또 절대 그렇지 않다. 자연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할까. 

좋은 걸 혼자만 아는 건 아닌 거 같아서 구구절절 글을 올린다.   

        

내게 참고한 유튜브 : 황성수 힐링스쿨

참고한 책 :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 [의사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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