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선택인 기준인 의미와 즐거움, 그리고 일에 대한 강점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강사였던 탈 벤-샤하르가 행복학 강좌를 열자 두 학기 만에 학생 855명이 등록했다. 이 대학 역사상 가장 많은 학생이 수강한 과목이 되었다. 긍정심리학자인 벤-샤하르는 행복을 “즐거움과 의미의 포괄적인 경험”이라 정의했다. 그리고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물음을 제시했다.
어떤 일이 의미 있는가? (meaning)
어떤 일이 즐거운가? (pleasure)
어떤 일을 잘하는가? (strengths)
이것을 세 영어 단어, meaning, pleasure, strengths의 첫 글자를 따서 “MPS모델”이라 한다. 2007년 출간 후 베스트셀러가 된 벤-샤하르의 책 “해피어(Happier)”에 담긴 핵심 개념이다. 이 모델을 우리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먼저 자신이 좋아하던 일을 선택하여 보람을 느끼며 일했고, 탁월한 능력으로 많은 사람을 구했던 한 사람의 예를 들어 본다. 미국 항공사 US Airway 조종사였던 체슬리 설렌버거 사례이다. 미 공군 전투조종사 시절부터 호출 부호 “설리”로 불렸던 그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허드슨 강의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기적을 이루어 내다
2009년 1월 15일, 뉴욕 라구아디어 공항 이륙 95초 후 900여 미터 상공에 이를 무렵 새떼가 설리의 비행기 엔진에 빨려 들었다. 곧 비행기 엔진 기능을 모두 상실되었고 인근 공항에 착륙하는 것도 위험해졌다. 설리는 관제사의 안내와 달리, 아무 장애물이 없는 허드슨 강 위에 비상 착륙하기로 과감하게 결정했다. 날개의 수평을 이루며 65톤 비행 동체를 글라이더처럼 움직여 강물 위에 안전하게 착륙시켰다. 불과 208초 동안 일어난 일이었다. 승객과 승무원 합쳐 155명 전원이 구조되었다. 사람들은 이것을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렀다.
설리는 이 사건 이전에 29년 간 무사고로 비행했다. 그는 비행 스케줄을 받으면 항상 사전에 항로를 체크했다. 주요 비행 사고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동료 조종사들에게 강의하기도 했다. 운항을 마치고 대합실로 걸어 나올 때 공항 구조를 몰라 헤매는 승객들이 보이면 기꺼이 안내해 주었다. 설리는 조종사 경력 내내 그의 직업에 충실했다. 30여 년 동안의 안전 비행은 단 몇 분 만에 이룬 허드슨 강의 기적만큼이나 소중한 일이었다.
경력의 분기점
미국 공군사관학교 출신인 설리는 전투 조종사로서 능력을 발휘했지만 대위 진급 후 경력의 갈림길에 섰다. 지상 관리와 지휘 업무를 하는 고급 장교가 될 것인가, 계속 비행할 수 있는 직업을 찾을 것인가? 이 둘 중 설리는 민항기 조종사 직업을 택했다. 대인 관계에 서툰 설리에게 비행 조종은 공군 지휘관의 일보다 더 의미 있고, 즐겁게 잘할 수 것이었다.
경력상의 딜레마
소명으로 택한 일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딜레마 상황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설리의 경우, 조종사 급여가 두 딸의 교육과 생활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미국 항공산업의 재정 여건이 좋지 않아 직원들 급여의 40%가 삭감되기도 했다. 사무실 임대 사업을 부업으로 했지만 늘 재정적 염려를 지우지 못했다.
한 서울대생이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9급 공무원이 되기로 했다는 글을 대학 인트라넷에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9급 공무원은 대기업 사원이 된 친구의 연봉보다 상당히 적은 급여에 적응해야 한다. 규정에 따라 일해야 하는 관료 문화에 순응해야 한다. 원하던 일을 할 수 있어도 모든 딜레마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의미와 재미, 강점
일의 의미와 재미, 강점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음을 또한 알아야 한다. 설리처럼 평생 한 가지 일을 소명으로 지속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러 번 직업을 바꾸는 사람이 요즘은 더 많다. 한 때 소명이라 생각했던 걸 어느 정도 성취하면 또 다른 일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엔지니어가 소설가가 되기도 하고, 벤처 경영자가 정치가가 되기도 한다. 직업이나 일을 바꿀 때 주의할 점은, 이전의 강점이 새 역할에서는 더 이상 강점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일에 맞는 사고와 행동 방식을 배우는 변화 노력이 필요하다.
일의 의미와 보람은 그 일을 탁월하게 해내는 수행 능력으로 얻을 수 있다. 설리가 허드슨강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비행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 이미 민간 비행사 자격증을 땄고, 공사 재학 중에는 동료들에게 글라이드 비행을 가르쳤다. 전투 조종사 시절에는 위기관리 능력을 습득했다. 민간 항공사에서는 29년 동안 뉴욕 인근 공항을 포함한 다양한 공항에 이착륙하는 경험을 쌓았다. 그의 탁월성은 장기간에 걸쳐 습득한 것이다.
의미 없는 과정은 없다
긴 경력의 어느 시점에서 시행착오나 정체기가 있기 마련이다. 설리도 공군 지휘관 경력에는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7년의 전투 조종사 경험은 민항기 조종사로서 위기를 대응하는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우리 인생에서 의미 없는 과정은 없다.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은 나중 일의 밑거름이 된다. 마침내 꿈꾸던 일을 잘해 낼 때 그 일의 의미와 즐거움은 커진다. 설리는 “허드슨강의 기적” 이전에도 그의 경력에서 일관되게 항공 안전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설리를 국제민간항공기구(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의 미국 대표로 임명했다. 대사급인 고위직에 임명한 것은 설리가 일관된 경력에서 쌓은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평범한 한 개인의 일이 많은 사람에게 어떤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설리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다. 우리 각자 자신에게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을 탁월하게 잘해 냄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