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기삼, 기막힌 운빨 인생

뜻밖의 순간

by 기록습관쟁이

서울역 전시장, 내 사진 앞에 사람들이 멈춰 섰다. 나는 가만히 서서 그 장면을 바라봤다. "정말 내가 찍은 사진이 맞나?"


전문 작가도 아니었던 내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 수상이라는 영예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 촬영은 데스크톱 하드디스크에 수많은 순간들을 기록해 왔다. 그중 하나를 출품했을 뿐인데,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공모전이 시작되기 불과 얼마 전, 우연히 마주한 기막힌 풍경에 홀린 듯 셔터를 눌렀고, 그 찰나의 기록이 이런 행운을 가져다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스마트폰 두 점과 디지털카메라 한 점, 총 세 점의 작품을 응모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작정하고' 담아낸 작품이었고, 스마트폰 사진 두 점은 그저 '지나가다 우연찮게' 찍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선된 작품은 바로 그 '우연찮게' 찍은 스마트폰 사진 중 하나였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오래 살고 볼 일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한 장의 사진 덕분에 난생처음 서울 시상식까지 다녀왔다. 서울역 전시장에 걸린 100점의 작품들 사이에서 내 사진을 발견했을 때의 감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대통령상부터 금상, 은상, 동상, 사장상까지, 수많은 빛나는 작품들 사이에서 내 이름이 호명되고 상장과 상금까지 받으니, 취미로 시작한 사진이 이렇게 큰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얼떨떨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시상식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분은 한눈에 봐도 오랜 경력의 전문 사진작가로 보였다. 제주도에서 촬영한 그의 장노출 사진은 그야말로 한 폭의 예술이었다. 그 사진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들으니 더욱 경외감이 들었다. 반나절이 넘는 기다림, 수많은 시행착오, 그리고 자연이 허락한 단 한 번의 완벽한 순간. 그 모든 노력과 정성이 한 장의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최고의 사진'이란 저런 거구나, 나는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그에 비하면 내 사진은... 그저 '운이 좋았던' 셈이다. 그의 노력과 나의 우연을 비교하며, '운칠기삼'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일의 성공에는 운이 7할, 재주나 노력이 3할을 차지한다는 이 말은 내 경험을 정확히 관통하는 듯했다.


1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대한민국 관광사진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마감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마지막 주말, 나는 가족과 함께 관광지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동시에 '작품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작년의 행운을 재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를 움직였다. 하루 종일 여기저기 다니며 좋은 풍경을 찾아 헤매고, 완벽한 구도를 잡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 좋은 시간은 보냈지만,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결과물은 단 한 장도 건지지 못했다. 카메라에는 수백 장 사진이 남았지만, 마음엔 묵직한 허탈함만이 남았다. 그날 셔터를 누르던 손끝의 감각마저 무뎌진 듯했다.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더 안 되는 것 같았다. 그 우연한 행운은 온데간데없고, 노력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역시 운이다. 운이 따라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작년과 올해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첫 해엔 뒤늦게 공모전 소식을 접했고, 아무 기대 없이 응모했다. 그저 하드디스크에 잠자고 있던 사진 중 하나를 던져 넣었을 뿐인데, 그게 수상으로 이어졌다. 반면 올해는 철저히 계획하고, 의지를 가지고 움직였다. 하지만 결과물은 만들지 못했고, 계속해서 아쉬움만 남았다. 이 경험을 통해 진정으로 좋은 작품 사진도 결국은 '운'이 따라야 한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을 내렸다.


'운칠기삼'. 이 말이 내 스토리에는 너무나도 어울린다. 내 성공에는 운이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노력과 실력이 무의미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운이라는 것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게 스마트폰으로라도 그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와 관심이 있었기에,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러한 '운'의 중요성은 비단 사진 공모전뿐만이 아니다. 스포츠 경기에서 아무리 뛰어난 팀이라도 예상치 못한 심판의 오심이나 상대 팀의 기막힌 행운의 골로 패배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실력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찾아온 행운으로 승리하는 팀도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4강 신화를 이룰 때도, 선수들의 피나는 노력과 감독의 뛰어난 전술 외에도, 홈 이점과 여러 행운이 따랐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진 공모전이 내게 그랬듯, 세상 모든 성공 이야기 뒤에도 운이라는 보이지 않는 실이 깔려 있다.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스타트업 중 극소수만이 성공한다. 그 성공 요인에는 물론 탁월한 기술력, 혁신적 아이디어, 뛰어난 리더십이 있겠지만, 동시에 '시장 타이밍'이라는 거대한 운이 작용한다. 비슷한 아이템이라도 어떤 시기에, 어떤 환경에서 출시되느냐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린다. 애플 스티브잡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같은 거장들의 성공조차도 그들의 천재성 외에, 퍼스널 컴퓨터 시대의 도래라는 시대적 운이 크게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성공은 개인의 재능과 노력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환경적 '행운'이 결합되어 만들어진다고 역설한다. 빌 게이츠가 컴퓨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특정 시기의 환경, 비틀스가 독일 함부르크에서 무한정 공연하며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었던 기회 등이 그들 성공에 결정적 '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말했듯,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 1%의 영감이나, 99%의 노력이 결실을 맺을 기회 자체가 운의 영역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내 사진 공모전 경험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노력과 실력은 아직 미천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할 것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실패할지라도 괜찮다. 다음 공모전이 있고, 다른 공모전도 있다. 기회는 계속해서 찾아올 것이며, 그 기회를 잡을 준비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지금의 아쉬움은 일보후퇴라고 생각한다. 더 큰 이보전진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자, 운이라는 변수를 이해하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귀한 시간이었다. 삶은 예측 불가능한 운과 끊임없는 노력의 조화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기막힌 운빨 인생.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기회가 오면, 다시 한번 그 셔터를 누를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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