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드드드, 삶은 매일 진동한다

생존의 조건

by 기록습관쟁이

드드드드. 거대한 진동이 손을 타고 올라와 척추를 타고 머리까지 저릿하게 울린다. 이곳은 쉴 새 없이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컨테이너 부두. 나는 육중한 야드 트랙터(부두 내 야드 간 컨테이너 이동을 위한 장비)의 운전석에 앉아 있다. 저 멀리서 거대한 리치 스태커(거대한 집게발로 컨테이너를 번쩍 들어 옮기는 장비)가 육중한 컨테이너를 번쩍 들어 올려 내 트랙터 뒤에 정확히 내려놓는 순간, "쿠쿵!" 하는 굉음과 함께 철과 철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온몸을 휘감는다. 그와 동시에 전해지는 떨림은 마치 내 온몸으로 전율이 흐르는 듯하다. 적재가 끝나자마자 나는 지정된 야드로 이동한다. 그곳에는 또 다른 리치 스태커가 다음 컨테이너를 하차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리고 쉼 없이 반복된다.


야드 트랙터, 리치 스태커, 그리고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는 트랜스퍼 크레인(컨테이너를 다단으로 적재하거나, 레일 상으로 이동하는 교형식 크레인)까지, 이 모든 컨테이너 운송 장비들은 쉴 틈 없이 무선 통신을 주고받는다. 덕분에 장비 운전실 내부는 무선 송수신 기기, PC, 터치 모니터, 인버터 등 수많은 전자 장비들로 가득하다. 이들은 모두 부두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기들이다. 그리고 바로 이 장비들이 내가 관리하는 영역이다.


두 달에 한 번, 나는 컨테이너 부두의 모든 전산 장비들을 점검한다. 이곳은 그야말로 '극악의 환경'이다. 엄청난 진동은 기본이고, 끊임없이 날리는 각종 먼지, 끈적한 기름때가 뒤섞여 장비들을 쉼 없이 갉아먹는다. 혹독한 환경 탓에 장비들의 수명은 길지 못하다. 대부분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수명을 다한다. 마치 시한부 인생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진동을 완벽히 흡수하고 충격을 예방하는 거창한 시스템을 갖추기엔 현실적인 리스크가 너무 크다. 소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산실 창고에는 언제든 문제가 생기면 즉시 교체할 수 있도록 수많은 대체품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운이 좋게도 어떤 제품은 수년을 버텨주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결국 나와 같은 관리사들이 제때 점검하여 고장을 예방하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교체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수리 또한 녹록지 않다. 장비가 고장 나면 바로 점검에 들어가야 하지만,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부두의 특성상 대형 크레인이나 운용 장비들을 멈추고 작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관리업체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큰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지휘통제실에 간곡히 협조를 요청하고, 허락된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점검을 끝내야 한다. 이곳에서는 일분일초가 급박하게 흘러간다.


특히 트랜스퍼 크레인(TC)은 그 높이가 어찌나 아찔한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다리가 후들거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참아내야 한다. 우리에게 1초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니까. 힘들게 운전실에 도착해서는 모니터부터 통신 기기들을 꼼꼼히 스캔하고 점검한다. 혹여 점검이 길어지기라도 하면, 창밖 아래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컨테이너 트럭들이 줄줄이 서서 내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 등줄기에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군소리 하나 없이 묵묵히 임무를 수행한다. 수년간의 점검을 진행하다 보면 조금씩 노하우가 쌓인다. 처음엔 서툴렀던 점검도 제법 신속하고 간편하게 해내곤 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든 해내고야 만다.


우리의 삶은 어떤가. 이곳 컨테이너 부두의 치열한 현장처럼, 우리 또한 각자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경쟁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이기고 누군가는 패배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누군가는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포기한 채 나가떨어지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이를 악물고 도전한다. 결국, 살아남는 사람이 진정한 승리자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는 겁이 덜컥 나고 무섭고 두렵기도 했다. 시간에 쫓겨가며 구슬땀을 흘려가며 점검하는 내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버텼다. 묵묵히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나아지고 요령이 생기더라. 그런 내 모습을 담당자는 좋게 바라봐 주었다.


아직도 이곳은 여전하다. 장비 운용사들도, 컨테이너 트럭 운전사들도, 그리고 지휘통제실에서 이 모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지휘하는 관리자도, 모두가 매일 치열하게 고군분투 중이다. 이곳에는 정답이 없다. 그저 묵묵히 계속해서 이겨나가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 적어도 이곳 사람들은 길고 짧은 것을 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고 좋은 결과를 기다린다. 장비가 계속 고장 난다고? 그럼 계속 고쳐야지.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해야지. 이것이 바로 그들의 마인드다. 그들의 모습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어떤 치열한 삶의 현장에 있든, 어떤 어려움에 직면해 있든, 부디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버텨내기를 바란다. 불평 대신 땀방울을 흘리고, 좌절 대신 작은 노하우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그 누구보다 단단한 존재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곳 컨테이너 부두의 거친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장비들처럼, 당신의 삶 또한 굳건히 제 길을 걸어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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