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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 세상을 바꾸는 비밀 레시피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온기

by 기록습관쟁이

손수

이 단어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는 것, 손으로 땀을 흘리며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는 건 참 귀하고 소중하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모든 게 빠르다. '손수'의 가치는 조금씩 잊혀지고 있다. 바쁜 현대인에게 직접 손을 움직일 여유 따윈 사치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그럴수록 나는 '손수'의 아름다움에 더욱 끌린다.


손수 만든 것에는 묘한 힘이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손수 짜주신 목도리를 기억한다. 색도 조금 촌스럽고, 한쪽 끝은 이상하게 길쭉했지만, 그 목도리를 두를 때마다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졌다. 어머니가 내 곁에서 나를 감싸주는 듯한 따뜻함이었다. 어머니의 그 목도리는 결국 낡고 헤져버렸지만, 그것이 주었던 온기는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물론 손수 만든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대학 시절, 연구소 인턴으로 일하며 친구들과 전동기를 이용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보겠다고 밤을 새운 적이 있었다. 자석의 성질을 이용해 무한 동력원을 만들어보겠다는 꿈같은 아이디어였다. 그러나 현실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자석과 코일을 연결하며 전류를 만들어보려 했지만, 결과는 항상 실패로 돌아갔다. 매번 고장이 나고, 불꽃이 튀기도 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완벽한 동력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웃었던 기억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손수의 가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제임스 다이슨은 진공청소기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무려 5,127개의 시제품을 손수 만들며 15년을 보냈다. 끈질긴 노력 끝에 탄생한 다이슨 청소기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혁신 제품이 되었다. 그의 이야기는 손수 무언가를 만들어낼 때의 고통과 보람을 잘 보여준다.


또 다른 사례로, 이탈리아 요리사 마시모 보투라가 있다. 그는 폐기될 뻔한 재료들을 활용해 독창적인 요리를 선보이며 자신의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프란체스카나'를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손수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며 요리의 경계를 확장한 그의 노력은 단순한 요리를 넘어 예술로 평가받는다.


현대사회에서 손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고, 종종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손수'를 좋아한다. 손수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과정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내 시간을 더욱 가치 있게 채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아들에게 작은 선물을 손수 만들어 주기로 했다. 공장에서 찍어낸 장난감보다는 직접 만든 것이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다. 캔버스와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다. 밝은 하늘과 초록의 들판 위에 함께 뛰노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그렸다. 서툰 솜씨로 완성한 그림을 건넸을 때, 아들은 환하게 웃으며 "아빠가 그린 거야? 정말 멋져요!"라고 말했다. 그의 반짝이는 눈빛은 어떤 비싼 선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손수 만든 것에는 온기가 담겨 있다. 그 온기는 받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더 자주 손을 움직이고, 더 많이 손수 무언가를 만들겠다고. 그것이 목도리든, 자동차든, 아니면 단순히 저녁 식사 한 끼라도 말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혹시 오늘 당신도 손수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비록 그 결과물이 조금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당신의 손길이 닿은 그것은 분명히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 손을 조금 더 바쁘게 움직여 보자. 당신의 '손수'는 누구에게 어떤 따뜻함을 남기게 될지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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