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모습이 아이의 거울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마치 중요한 임무를 완수한 것 같은 안도감을 느끼곤 한다. 학교에서 지식과 도덕, 예절을 배우고, 학원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하루의 교육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게임기를 건네며 "오늘도 고생했어"라는 말과 함께 보상을 주었다. 그리고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나는 오늘도 부모로서의 역할을 잘 해냈어."
그렇게 1년이 흘러갔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올바르게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걸까?'
사실,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학교와 학원에만 아이의 교육을 맡긴 채 안심하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지식과 규범을 가르쳐 준다고 믿었다. 하지만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학생을 돌보는 환경에서, 우리 아이가 정말 몰입하고 즐기며 배우는지까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학원도 마찬가지다. 돈을 받고 운영되는 학원이 아이에게 진정한 학습의 즐거움과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키워주길 바랐지만, 학원은 성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목표로 운영되는 곳이다.
나는 하루의 교육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채, 집에 돌아온 아이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들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봤다. 그 안에서 배우는 것도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콘텐츠 소비는 몰입이 아닌, 단순한 시간 보내기에 불과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몰입의 경험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경험은 창의력과 자기 주도성을 키운다. 그런데 나는 그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와 학원, 스마트폰이라는 틀 안에 아이를 가두고 있었다.
아이의 몰입 순간을 찾아라. 단 10%라도 아이가 즐겁게 몰입하는 일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보자.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관심 있는 분야를 통해 열정을 키운다. 부모가 그 순간을 포착하고 지지해 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자기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갖게 된다.
아이에게 노동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노동은 단순히 돈을 버는 행위가 아니다. 땀 흘려 일한 대가를 통해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과정이다. 아이와 함께 텃밭을 가꾸거나, 집안일을 함께하며 작은 노동의 성취감을 경험하게 해 보자. 이를 통해 아이는 돈의 가치를 깨닫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놀라운 사실은 아이가 나의 어린 시절을 닮아있다는 것이다. 나도 아버지의 모습을 닮았다. 부모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독서에 관심을 갖고, 부모가 운동을 즐기면 아이도 신체 활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아이는 부모의 삶을 보고 배우며 성장한다.
부모가 먼저 움직이고, 먼저 배우고, 먼저 도전해야 한다. 아이를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함께' 하는 것이다. 주말에 아이와 등산을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자. 그렇게 흘린 땀이 아이의 삶에 소중한 밑거름이 된다.
아이를 일깨우려면 부모가 먼저 일어나야 한다. 변화는 부모의 한 걸음에서 시작된다. 학교와 학원, 스마트폰에 의존하던 나의 태도를 바꿔야 아이도 변화할 수 있다. 아이에게 '몰입'과 '노동', 그리고 '경험'의 가치를 알려주자. 그것이 진짜 교육이며, 아이의 미래를 위한 가장 든든한 준비다.
결국, 부모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