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의 비행, 그리고 제자리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된 날, 우리 여행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오랜만의 2박 3일 여행이었고, 목표는 한라산 정산까지 오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갑작스러운 한파와 강풍주의보로 제주행 모든 항공편이 멈춰 섰다.
출발 전 공항에서 확인한 결항 소식. 나는 허탈감에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런데 몇 분 차이로 먼저 출발했던 다른 팀의 비행기는 제주도에 착륙하지 못하고 부산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행기로 두 시간 동안 날아다니다가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경험이라니, 이런 일이 또 있을까?"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당시 탑승자들은 그리 편치 않았으리라. 얼마 전 전남 무안에서 발생한 항공 대참사가 떠올랐으니 말이다.
그날 저녁, 우리는 해운대에서 다시 만났다. 술잔을 기울이며 하루 종일 땅을 밟지 못한 해프닝을 안주 삼아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님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 뭐!"라며 껄껄 웃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인생에서 종종 가장 큰 교훈을 준다는 사실을.
대표님은 매년 한라산 정상에서 새해를 시작한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 자체로 세상을 더 넓게 보게 한다고 했다. 올해는 우리도 그 도전에 동참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실패로 끝났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실패가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나는 생전 처음 등산복을 사고, 등산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평소 산에 관심도 없던 내가, 어쩌면 이 사건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가까운 산이라도 올라보자." 작은 도전이지만, 그것이 내 삶에 또 다른 변화를 줄지 누가 알겠는가?
삶은 늘 우리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예기치 못한 방향 속에서도 우리는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또 한 번 웃으며 돌아볼 순간이 아닐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