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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우 Jul 21. 2020

나쁜 낚시짓

https://youtu.be/QYyuI4l2VtA


낚시꾼


그는 지난주에  빛나는 제복을 빨리 입어보고 싶었다. 그것은 헌팅을 위한 작업? 복이다.

 제복은  어떤 옷보다 자신을 고귀하고 성실한 인간으로 감싸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런 자신에 걸맞은 여자를 낚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곳은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모여있는 더없이 광대한 필드였다.

그는 자신의 높은 격을 생각하면 아무나 사용하고 있는 싸구려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없는 일이었으므로 그것을 상상하는  자체만으로도 치가 떨렸다.

그래서 이곳에 오기 전에 마을에서 제일  단골가게에 들러서 최고급 일제 장비를 구입하였다.  그에게 장비의 가성비라는 것은 모욕적인 단어이다.

그는 여느 때처럼 능숙한 솜씨로 미끼를 띠운다.  노르웨이산 미끼는 그의 손을 거치면서 마치 생명을 얻은 듯한 요염한 생물로 변했다. 그런 미끼를 못 알아보거나 거부하는 고기들은 지금까지 없었다.  그도 그것을  알고 있다. 


한편, 바닷속에서는 친구들과 즐거운 수다를 떠들고 있던  여성이  난생처음 보는 매혹적인 미끼에 참지 못하고 곧바로 물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수확물이 되었다.

첫 번째 입질에 흥분한 낚시꾼은 문득 가벼운 손맛에  의심이 갔지만 일단 끝까지 당겨 올렸다. 그리고 낚여 올라온  작고 초라한 여자를  그는 실망하다 못해 분노하였고 그 여자에 끼인 자신의 값비싼 바늘이 손상될까 조심스레 빼내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녀를 방파제 콘크리트 위의 아무 데나 내던져 버렸다.

그녀는 놀람과 치욕으로 부풀어있는 눈을  감지도 못한  버둥거렸고  뇌진탕으로 즉사했다. 그녀는 바닷속 고향이 아닌 이런 거친 콘크리트 같은 곳에서 비참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미끼에 걸려든 마음에 차지 않는 수십 명의 여자들을 콘크리트에 내동댕이쳐 죽여버렸다.

자신이 원하는 여자를 위해 가져온 삼중 보온 통의 얼음이  녹아버리자 그는 쓰디쓴  고독에 잠겨서 장비를 챙겼다. 장비는 다음날 다시 사용하기 위해 꼼꼼히 오늘의 흔적들을 닦아냈다.

 장소에서 나오면서 자신이 잡았던 죽은 시체가 몇 번 밟혔다.

 주위는 온통 그렇게 멸시당하며 버려진 시체들이 즐비했고 갈매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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