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원우 Aug 26. 2020

꽃과 함께 배달된 비밀의 향기로움 '제비꽃다발'

꽃과 함께 배달된 비밀의 향기로움


그녀는 결혼생활이 불행한 것은 아니지만

단 하나 불만이 있다면 남편의 무뚝뚝함과 더러운 성격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이상한 일은

매년 그녀의 생일날마다  

모르는 이로부터 배달되는 축하카드도 없는 의문의 제비꽃 꽃다발이었다.

그 꽃 선물이 지속되면서 서서히 그녀에게도 꽃처럼 신선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지루한 일상에서 가슴 벅찬 미지의 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비밀이 생긴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보낸 이의 꽃에 동봉된 선물 이리라.

그러나 그 꽃다발 선물에 대해 남편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무표정한 그의 눈동자 속에는 그녀의 행복한 모습이 담겨있었다.


  - - -


Un ramito de violetas(제비꽃다발)은 스페인의 싱어송 라이터 Cecilia(본명:Evangelina Sobredo Galanes / 1948-1076 스페인 마드리드)의 가장 유명한 곡이다.

외교관의 딸이었던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외국에 살면서 영어권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그녀의 곡들은 모두 문학적인 것이 특징인데 대개 영국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James Joyce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제비꽃다발'의 가사도 James Joyce의 시집 [체임버 뮤직]에서 영감을 얻은 글이다.

James Joyce의 시집  [체임버 뮤직]은 첫사랑, 설렘, 미지의 사랑과 같은 젊음의 사랑을 매우 간결하고 균형 잡힌 표현으로 유명한 걸작이다.


이곡은 Cecilia가 이른 나이에 안타깝게 사망하면서 좀 더 유명해졌고 스페인어권인 남미에서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했는데 그 과정에서 시적인 분위기가 희석되었고 특히 멕시코에서는 익살스럽고 가벼운 최악의 노래로 변질되었다.


Cecilia의 시 '제비꽃다발'은 일반적인 남자의 사랑법이 아닌  남성의 페티시즘에 대한 것이다.  비록 정신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역시 비정상적인 남자의 일방적인 사랑 방법이다.

아마 나중에라도 아내가 그 내용을 알게 된다면 그 농락당함에 분노해서 이혼했을지도 모르겠다.

남녀 간의 사랑이 현실에 봉착했을 때 사라지는 것처럼 사랑이란 감정은 현실에 도착하기 직전까지의 무중력 상태가 가장 최적일 것이다.

옛날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면 낭떠러지로 밀려났지만 밑은 보고 자신이 허공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추락이 시작된다. 아래의 현실을 보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허공에 떠 있을 수 있다.

인생에는 현실을 모른척하기 때문에 얻는 이익도 있는 것 같다.




Un ramito de violetas(제비꽃다발)의 여러 곡 모음

https://youtu.be/6XbCDghGEyQ?list=PL43T1ehjnKSWA9Rqf_CKwvHn0OUGwNYN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