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루드_사건의 결말 : 과거 그리고 불안의 형성]

넌 말이 없었다

by 연쇄상담마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습니다.’

영화 시작에나 등장할 법한 그 문장.

현실성 떨어지는 이 이야기는 실화다.


전날 새벽 3시 40분쯤, 나는 새벽이슬을 맞으며 공원을 배회했다.

그 시간 내 친구는 여자친구 집으로 향했다.

둘은 밤을 지새웠고, 다음 날 점심, 여자친구의 친구를 불러 피자를 시켰다.


피자와 맹장.

그렇게 나의 친구는 나의 여자친구를 들쳐 업고 병원으로 향했다.


상상력이 부족한 작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수준 낮은 스토리였다.


피자를 먹다 맹장이 터지다니—

이런 클리셰라면 그 시나리오는 이미

쓰레기통 한쪽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몇 번을 생각해 봐도 재미없고 감 떨어지는 수준의 드라마 안에

나는 남자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현실은 때론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다시 한번,

현실감 없는 사건에 차분함이 찾아왔다.

친구들은 그를 불러 세워

변명의 기회를 주자고 했다.


“걔가 꼬셨겠지. 불여우 같은 게.”

“그래, 얘기나 한번 들어보자.”


죄인의 암막이 걷히며 등장한 친구는 풀이 죽어 있었다.

친구들은 서둘러 여자친구에게 형량을 몰아주었다.

사랑은 잃더라도, 우정이라도 건져보자는 뜻이었다.


서둘러 판결을 마친 후,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며 으쌰으쌰 노래를 불렀다.


전우애를 나눈 지 얼마 후,

그렇게 내 베프와 내 (전) 여자친구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역시나, 현실은 비현실적이었다.


전 남자친구가 남긴 말이 귀에 맴돌았다.


“여자친구 잘 지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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