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그렇게 또 어수선한 시간이 흘렀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희망퇴직,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 모습도 달라지고 있었다.
스쳐 지나던 해외토픽 뉴스가
어느새 내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음을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주마등 속 20대의 나는 부지런히 구직사이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을 부지런히 검색해 본다.
비아그라. 제품이 브랜드가 되어버린 전설의 약.
제품소개 속 파란 약은 희미한 기억 속 회사 이름을 선명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인지와 의식은 대상의 무게감을 바꾼다.
자기소개서를 다시 훑으며, 새삼 오타는 없는지 연신 마우스를 위아래로 드래그했다.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 서류합격. 몇 차례의 인터뷰. 그리고 합격.
그렇게 시작되었다.
출입카드와 명함이 주는 묘한 자부심은
어린 내 자존감을 중독성 있게 감싸 안았다.
지나온 줄 알았던 16년의 시간은 어느새 오늘이 되어있었고 눈을 감았다 떠보니 지금이었다.
몇 번의 희망퇴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었던 것들은 먼지 쌓인 책 속 문장처럼,
다시 펼치지 않으면 이내 잊혔다.
이번 챕터에는 누구의 이름이 적힐까.
시간은 여전히 무심히, 건너뛰듯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