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소수를 제외한 전사 직원들에게 면담은 의무였다.
근로자의 권리는 면담이라는 형식으로 잘 포장되었다.
누군가에겐 심각한 논의였고,
누군가에겐 커피를 마시며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 계획을 공유하는 정도에 그쳤다.
내겐 후자였다.
한 인간, 한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이야기는
‘면담’이라는 그릇에 담기엔 너무 크고 무거웠다.
이야기를 주도하는 매니저도,
예상되는 시나리오를 따라가는 나도
본능적으로 그 무게를 감지하고 있었다.
결국 우리는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암묵적 동의에 기대어
서둘러 면담을 마쳤다.
매니저는 떠나고,
커피와 나만이 자리에 남았다.
그즈음 설명하기 어려운 기운이 몸을 감쌌다.
커피와 나, 그리고
끝내 남은 무언가가
천천히 말을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