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

희망퇴직

by 연쇄상담마


“응??? 무슨 소리야??”

전화기 너머의 질문은 되묻는 소리가 아니었다.

너무도 잘 들려서, 오히려 고함처럼 꽂혔다.


“신중히 생각한 거지?”

문득 그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정말 신중한 건지, 충동적인 건지

나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럼요. 이사님. 더 이상 어떻게 신중하겠어요. 하하.”


신중한 결정이란 무엇일까.

‘예상되는‘ 변수와 리스크를 두고

열심히 주판알을 튕기며 신중해 봐야

알 수 없는 것들로 채워질 미래에

예측 가능한 것들은 결정의 핵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찰나의 결정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그렇게 나의 삶을 바꿔놓을 선택은 뒤집혔다.

나는 ‘미신청1’에서 ‘신청1’로 수정되었다.


말 한마디로 16년을 정리한 기분은

이상하리만치 공허했다.

적절한 단어를 찾아 세련되게 묘사하고 싶었지만,

그 어떤 말로도 다 담기지 않았다.

그 시간의 희로애락이 생각보다 깊고, 길고, 복잡했던 탓일 것이다.


“신청하기로 했어.”

와이프에게 전했다.

“그래, 수고했어.”

짧은 대화 안에 결혼, 출산, 육아, 회사생활이 담겼다.


전화기 너머 대화 속에서

우리의 역사는 소용돌이쳤지만

곧 내 안에서 잔잔한 호수로 가라앉았다.

나는 그저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카페 밖 거리에는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모든 걸 바꿔버린 나도 그 틈에 섞여 움직였다.

그렇게 평범한 하루는 무심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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