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마지막 출근이다.
주고받은 선물을 돌려주듯
반납 물품 목록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전달되었다.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로
불필요한 대화를 더하고 싶진 않았다.
마지막까지 가방 안을 뒤적거리며
빠진 건 없는지 확인했다.
“삐-익”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그곳으로
마지막 출입카드를 태그했다.
혼선을 막기 위해 퇴직자들의 물품 반납은
비교적 긴 기간의 여유가 주어졌다.
사무실은 한가했고,
퇴직자와 남은 자들의 어색한 조우는 피할 수 있었다.
덩그러니 놓인 반납 책상 뒤로,
수십 년의 시간을 정리하는 직원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었다.
추억까지 반납하듯, 체크리스트를 연신 확인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다시는 돌려받지 않을 수고를 건네며,
퇴직자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구만리 같던 입사와 달리, 9초 같았던 퇴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저 퇴직했습니다.’
알고리즘이 데려다 놓은 가상현실 속에서 연신 하트를 눌렀다.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퇴사를 응원하면서,
정작 내 마지막 퇴근길은 집 앞에 와서야 실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