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화려한 수식어로 점철된 메일의 결론은 단 하나였다.
“희망퇴직 실시.”
신청하지 않을 사람에게도,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일 누군가에게도,
구구절절한 시행 사유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 감정 없이 흘려보내는 뉴스의 한 조각처럼,
희망퇴직 메일은 그렇게 읽혀지고 있었다.
각자의 사정은 모두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었지만,
결국 고민은 두 갈래에서 만나게 된다.
신청하느냐, 남느냐.
누가 떠날 것인가.
다시, 소문은 시작된다.
각자의 상상 속 재판정에서는 끊임없는 재판이 열렸다.
“그 사람은 떠나는 게 좋지 않을까? 저 사람은 아직 그만두긴 아깝지.”
모두의 법정에는 자신을 제외한 타인만이 가득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큰 결정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회사는 몇 주간의 고민을 허락했지만,
마치 흥행에 실패한 소극장 공연처럼
관객도, 연기자도 없는 희망퇴직 무대엔 침묵만이 남아 있었다.
결국 그 시간을 지배한 건,
어수선함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막연한 기대감뿐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