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탁 수익권의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채권설, 실질적 법주체성설, 제한적 권리이전설, 수물권설, 부동산신탁・금전신탁 분리설 등 여러 견해가 대립하고 있고 주로 일본에서의 논의를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가. 채권설
수익자의 지위를 채권자로 파악하는 것이 우리 신탁법의 체계상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견해입니다. 신탁법 제31조에 의하면 수탁자가 신탁재산의 귀속주체로서 신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모든 행위를 할 권한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탁자를 신탁재산의 소유자로 보아야 하는 이상 수익자의 지위를 채권자로 파악하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위 견해는 수익자가 가지는 강력한 권리들은 신탁제도의 특성상 수익권의 보호를 위하여 신탁법이 명시적으로 수여한 권리(신탁법 75조의 수익자취소권 등)에 불과하므로, 수익자가 물권적 권리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나. 수정된 채권설
수익권에게 부여된 권리는 소유권은 아니므로 제한물권이나 채권이어야 할 터인데, 공시방법을 갖추지 아니한 경우까지 수익권을 제한물권이라고는 할 수는 없으므로, 수익권을 채권이라고 할 수밖에 없으나, 이는 신탁재산의 법률상의 소유권이 아니라는 소극적인 의미의 것이고, 신탁법상 수익권의 소멸시효, 수익권 양도의 대항요건 등에 있어서 채권법의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질 뿐이라고 합니다.
실제 수익자는, 수탁자가 신탁 목적에 반하여 제3자에게 신탁재산을 처분한 경우에 제3자로부터 이를 되찾아 올 수 있고, 수탁자의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의 대상에서 신탁재산을 제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물권에 가깝게 강화된 채권을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 사원권설
신탁은 수탁자의 인격을 차용해 수익자로 하여금 수익하게 하는 단체적 법률관계이기 때문에, 신탁에서의 수익자의 지위는 회사에서의 사원의 지위와 유사한 사원권적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합니다. 수익자는 신탁이라는 단체에서 재산의 실질적 소유자로서의 지위(사원권적 지위)를 가지고, 그에 기하여 여러 가지 이익과 권리를 향유하고(자익권), 단체의 대표권과 업무집행권을 행사하는 수탁자를 감시·감독하며(수탁자 감독권능), 일정한 경우 신탁재산을 보전하면서(신탁재산의 보전권능)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신탁의 의사를 결정하는 지위(신탁 운영권)를 갖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만, 위 견해는 수익자가 1인 있는 신탁에서 수익자의 지위는 사원의 지위와 유사한 지위라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수탁자에 대한 채권’을 가지면서 동시에 ‘신탁재산에 대한 물권’을 가지는 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합니다.
라. 가치지배권설
신탁재산권을 기능상으로 관리권과 가치지배권으로 나누어 관리권은 수탁자 에게 귀속하고 가치지배권은 수익자나 위탁자에게 귀속한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관리권은 재산권을 관리·운영함으로써 가치생산기능을 갖는데 반하여 가치지배권은 그 생산한 가치를 지배하는 기능을 갖는데, 가치지배권을 수익자나 위탁자가 가진다는 것입니다.
마. 실질적 법주체성설
실질적 법주체성설은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명의와 관리권을 가지고, 수익자는 수탁자에 대한 채권과 신탁재산에 대한 물적 권리를 가진다고 봅니다. 실질적 법주체성설은 신탁재산의 실질적 법주체성, 수탁자의 관리자적 성격, 수익권의 물적 권리성을 요체로 합니다. 실질적 법주체성설은 수익권을 신탁재산에 대한 채권임에 동시에 신탁재산에 대한 물적 권리로서의 성질도 있는 복합적 권리로 보는데, 권리의 객체인 재산을 권리의 주체로 파악하는 것이 판덱텐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합니다.
바. 물적 상관관계설
수익권은 일반적으로 수탁자에 대한 채권이지만, 실질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채권이고, 신탁재산에 대한 물적 상관관계(物的 相關關係)를 가지는 물적 권리라고 보는 견해입니다.
사. 수물권설
수물권설은 수익자의 추급력은 선의, 유상의 제3자에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익권의 물권성을 부정하되 수익권을 ‘수물권’이라는 특수한 채권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수물권’은 물건의 성질에 따라서 변화하는 채권을 의미하는데, 수익권은 본질적으로 채권이지만 신탁법 조항에 따라 제3자에 게도 대항력을 가지는 특별한 성격을 가지는 권리로 보는 것입니다.
아. 부동산신탁・금전신탁분리설
부동산신탁・금전신탁분리설은 신탁재산의 내용에 따라 부동산신탁과 금전신탁으로 나누어 달리 판단합니다. 부동산신탁에서는 신탁재산의 수탁자에 대한 귀속도가 약해서 수익자의 권리를 물적 권리로 보는 실질적 법주체성설이 보다 실질에 부합한다고 보고, 금전신탁에서는 수탁자에 대한 귀속도가 강해서 채권설이 보다 실질에 부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래의 판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바와 같이, 대법원 판례는 채권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가.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1) 쟁점
원고가 갑 주식회사부터 위 회사가 신축한 임대아파트 중 1세대를 임차하여 임차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대항요건을 갖추었습니다. 그 후 갑 주식회사가 피고에게 신탁법에 따라 위 아파트를 신탁하여 피고가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이 경우에 피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여 원고에게 임차보증금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면서 피고의 임차보증금반환의무를 긍정하였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은 "임차주택의 양수인(기타 임대할 권리를 승계한 자를 포함한다.)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는 바, 위 규정에 의하여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보게 되는 임차주택의 양수인이 되려면 주택을 임대할 권리나 이를 수반하는 권리를 종국적·확정적으로 이전받게 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4083 판결 참조),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신탁법 제1조 제2항),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다(대법원 1991. 8. 13. 선고 91다12608 판결, 1994. 10. 14. 선고 93다62119 판결 참조).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것이고, 다만,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함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시는 수탁자가 위탁자 겸 수익자와 사이에 “수탁자의 권한은 등기부상 소유권 관리 및 보전에 한정되므로 그 이외의 실질적인 관리, 보전 업무 일체는 우선수익자의 책임하에 수익자가 주관하여 관리한다.”는 특약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탁자는 우선수익자나 수익자에 대한 관계에서 위와 같은 특약에 따른 제한을 부담할 뿐이고 제3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완전한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결로 이어집니다.
나. 대법원ᅠ2003. 8. 19. 선고ᅠ2001다47467ᅠ판결
1) 쟁점
원고가 점유취득시효 기간 경과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지 않고 있다가 당시 소유자(아파트재건축조합의 조합원들)가 피고 재건축조합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원고가 피고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직접 취득시효완성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는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2)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의 목적을 위하여 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을 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신탁자의 위탁에 의하여 수탁자 앞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다만 수탁자는 신탁의 목적 범위 내에서 신탁계약에 정하여진 바에 따라 신탁재산을 관리하여야 하는 제한을 부담함에 불과하므로, 부동산에 관한 점유취득시효기간이 경과한 후 원래의 소유자의 위탁에 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신탁법상의 수탁자는 그 점유자가 시효 취득을 주장할 수 없는 새로운 이해관계인인 제3자에 해당하고, 그 수탁자가 해당 부동산의 공유자들을 조합원으로 한 비법인사단인 재건축조합이라고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하며 원고는 피고 재건축조합에 대하여 직접 취득시효완성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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