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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동근 변호사 Jun 01. 2022

[부동산전문변호사] 신탁법상 수익자취소권

수탁자는 위탁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신탁업무를 담당하는 자입니다(신탁법 제1조). 업무를 맡긴 주체의 의사에 의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등 기관과 유사한 점이 있으나, 신탁재산을 수탁자 명의로 관리, 처분한다는 점에서 다른 타인의 사무처리자와 다릅니다. 만약 수탁자가 자의적으로 신탁재산의 처분, 외부자금차입 등 어떠한 ‘거래행위’를 통하여 신탁업무를 처리한 경우에, 법적인 대응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수탁자의 의무위반으로 인해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탁자는 원상회복의무 또는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합니다(신탁법 제43조 제1항). 나아가 이른바 충실의무를 위반한 경우 수탁자는 신탁재산의 손해 여부를 불문하고 수탁자 또는 제3자가 얻은 이익을 신탁재산에 반환할 의무를 부담합니다(신탁법 제43조 제3항).


두 번째는 거래 자체의 효력 부인인데, 이는 필연적으로 거래상대방의 보호 문제를 수반하게 되므로, 수탁자의 의무위반 이외에 상대방의 고의, 과실 등 추가적 요건이 필요하게 됩니다. 영미법계의 경우 제3자에게 수탁자의 지위를 인정하고(이른바 의제신탁) 수익자에게 추급권을 부여하고 있지만, 우리 신탁법에서는 단지 의무위반을 근거로 거래행위가 당연무효가 되거나 또는 신탁법상의 이른바 수익자 취소권(신탁법 제75조)을 통해 거래행위를 취소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신탁법 제75조(신탁위반 법률행위의 취소)

① 수탁자가 신탁의 목적을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수익자는 상대방이나 전득자(轉得者)가 그 법률행위 당시 수탁자의 신탁목적의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을 때에만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②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그 1인이 제1항에 따라 한 취소는 다른 수익자를 위하여도 효력이 있다.

제76조(취소권의 제척기간) 제75조제1항에 따른 취소권은 수익자가 취소의 원인이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1년 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수탁자의 행위는 크게 처분행위와 의무부담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처분행위란 현존하는 권리의 변동을 직접 일으키는 행위인데, 수탁자가 특정의 신탁재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행위 등이 그 예입니다. 의무부담행위는 일정한 청구권과 이에 상응하는 의무를 발생시키는 행위인데, 수탁자가 신탁업무를 위해 자금을 차입하거나 신탁에 사용할 용도로 재산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구 신탁법 제52조는 “신탁재산을 … 처분한 때에는” 이라고 하여 처분행위를 일차적인 수익자 취소권의 대상으로 하였으나, 개정 신탁법 제75조는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라고 규정함으로써 수익자 취소권이 처분행위 및 의무부담행위 모두에 적용되는 것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1. 신탁법상 수탁자의 의무


신탁법은 제32조 이하에서 선관주의의무(신탁법 제32조), 일반적 충실의무(신탁법 제33조), 이익상반행위 부작위의무(신탁법 제34조), 공평의무(신탁법 제35조) 등 수탁자의 다양한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


신탁법 제32조(수탁자의 선관의무) 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注意)로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수탁자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합니다(신탁법 제32조). 수탁자의 선관주의의무는 민법상 수임인의 주의의무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으며, 객관적 주의의무이므로 수탁자는 그가 담당한 업무, 사회적 지위에 따라 보통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다하여야 합니다. 현저한 염가로 이익충돌거래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수탁자의 행위가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무효라고 보기도 어렵고, 신탁법상 수익자 취소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즉 선관주의의무 위반만으로 신탁법 제75조가 정하는 ‘신탁목적’을 위반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별도의 검토가 필요합니다.


(2) 수탁자의 충실의무


신탁법
제33조(충실의무) 수탁자는 수익자의 이익을 위하여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제36조(수탁자의 이익향수금지) 수탁자는 누구의 명의로도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한다. 다만, 수탁자가 공동수익자의 1인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신탁법 제33조는 수탁자에게 수익자의 이익을 위해 신탁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부과하고, 신탁법 제36조는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의 이익을 누리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상적 조항에 위반한 경우 처분행위는 일응 유효하고 신탁법 제75조의 요건에 해당할 정도로 중대하면 비로소 수익자 취소권의 대상이 됩니다.


신탁법 제33조는 일반적 충실의무에 관한 추상적 조항이며, 신탁법 제34조는 충실의무 위반의 전형적 사례를 명시한 구체적 조항입니다. 신탁법 제34조 제1항은 명시적으로 금지되는 이익상반행위의 범위를 ① 신탁재산과 고유재산 간 거래(제1호, 제2호), ② 수개 신탁의 수탁자인 경우 신탁재산간 거래(제3호), ③ 쌍방대리(제4호), ④ 그 밖에 수익자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제5호)로 확대하였고, 신탁법 제34조 제2항은 예외사유로서 법원의 허가 이외에 신탁행위, 수익자의 승인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수탁자의 공평의무


신탁법 제35조(공평의무)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수탁자는 각 수익자를 위하여 공평하게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신탁행위로 달리 정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



신탁법 제35조에 의하면, 수익자가 여럿인 경우 수탁자는 각 수익자를 위하여 공평하게 신탁사무를 처리하여야 합니다. 공평의무 위반 거래의 사법적 효력은 제3자가 개입되어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달리 보아야 합니다.


제3자가 관련되지 않고 단지 수익자들 간의 형평이 문제된 경우, 해당 거래는 무효가 됩니다. 반면 제3자가 관련된 경우, 예컨대 수탁자가 다수 수익자들로부터 신탁재산들을 이전받아 임대업을 통합운영하면서 일부 신탁재산에 관하여만 유리한 조건을 적용한 경우, 일응 유효이지만 상대방(위 사례에서는 임차인)의 고의, 중과실 등 수익자 취소권 요건이 입증되는 경우 불이익을 입은 수익자는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2.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요건


신탁법 제75조는 “수탁자가 신탁의 목적을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한 경우 수익자는 상대방이나 전득자가 그 법률행위 당시 수탁자의 신탁목적 위반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을 때에만 그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요건은 ① 신탁목적 위반, ② 신탁재산에 관한 법률행위, ③ 상대방이나 전득자의 고의⋅중과실의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입증책임은 수익자 취소권을 행사하려는 수익자측이 부담합니다.



3.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방식과 효과


(1)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방식


수익자 취소권은 수익자만이 행사할 수 있다. 복수의 수익자 중 1인도 전체 거래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신탁법 제71조 제1항 단서, 제61조 제6호). 신탁법은 신탁행위로 수익증권 발행신탁인 경우 신탁행위로서 3% 이상의 비율을 가진 수익자만 수익자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할 수 있습니다(신탁법 제85조 제6항 제1호 나).


수익자 취소권은 수탁자 및 수탁자의 상대방에 대하여 행사되어야 하고, 전득자가 있는 경우에도 전득자를 상대로 행사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는 절대적으로 거래의 효력이 소멸시키므로, 전득자가 있는 경우에도 수탁자 및 상대방을 취소권의 행사대상으로 하는 점에서 채권자취소권과 차이가 있습니다.


수익자 취소권은 신탁재산을 신속하게 회복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채권자 취소권과 달리 재판외 행사도 가능합니다. 행사기간은 수익자가 취소의 원인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1년 내입니다(신탁법 제76조). 취소의 원인이 있음을 안 날은 그 행위의 존재뿐 아니라 그 행위가 신탁목적에 위반한 것이라는 점도 인식한 날로 보아야 합니다.


(2)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 효과


1) 법률행위의 취소


수익자 취소권이 적법하게 행사되면 해당 거래의 효력은 절대적으로 소멸합니다. 수익자 취소권은 신탁재산 자체의 반환, 기타 거래의 원상회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렇듯 강한 효력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취소의 범위는 수익권의 범위에 의한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채권자의 채권액에 따라 취소의 범위가 제한되는 채권자 취소권과 차이가 있습니다. 따라서 수익권의 범위에 따른 일부 취소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2) 신탁재산의 반환


신탁재산이 거래상대방 또는 전득자에게 이전된 경우에는 수익자 취소권 행사 결과 신탁재산의 반환이 이루어지게 된다. 신탁재산의 회복을 위한 것이므로, 반환을 받는 것은 수익자가 아니라 수탁자입니다. 수익자는 수탁자가 반환청구를 게을리하는 경우 수탁자를 대위하여 거래상대방 또는 전득자에게 수탁자에게 돌려 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거래상대방이 신탁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수탁자는 그를 상대로 물권적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신탁재산 매매계약에 대한 수익자 취소권이 행사된 이후에도 수탁자가 보관하는 위 매매대금을 신탁법 제27조의 법리에 따라 신탁재산으로 볼 수 있을지가 문제됩니다.



신탁법 제27조(신탁재산의 범위) 신탁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멸실, 훼손, 그 밖의 사유로 수탁자가 얻은 재산은 신탁재산에 속한다.



수익자 취소권이 행사된 이후 상대방의 신탁재산 반환의무와 수탁자의 대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실제 신탁재산을 반환받을 때까지는 위 매매대금이 신탁재산으로 존속합니다.


거래상대방이 신탁재산을 다시 처분하여 전득자가 보유하고 있다면, 수탁자는 그를 상대로 물권적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환청구가 가능한 경우는 거래상대방 및 전득자 모두가 악의 또는 중과실인 경우에 한합니다.


거래상대방은 악의인데 전득자가 선의⋅무중과실인 경우 전득자로부터 신탁재산을 회복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나, 거래상대방이 수령한 매매대금을 신탁법 제27조의 법리에 따라 신탁재산으로 볼 것인지가 문제됩니다. 이를 긍정하는 경우 해당 매매대금은 신탁재산으로서 강제집행이 금지되는 등 강한 독립성이 부여되는 반면(신탁법 제22조 등 참조), 부정하는 경우 거래상대방은 수탁자에 대하여 단지 부당이득반환의무 내지 손해배상의무의 채권적 의무를 부담함에 그치게 됩니다. 이 때에는 신탁법 제27조의 법리를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신탁법 제27조는 ‘수탁자’가 신탁에 관련하여 재산을 취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위 사안에서 재산을 취득한 자는 ‘거래상대방’으로서 수탁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수익자 취소권과 제43조 제1항 수탁자의 원상회복 의무의 관계


신탁법 제43조(수탁자의 원상회복의무 등)

①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수탁자가 여럿인 경우의 다른 수탁자는 그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원상회복에 과다한 비용이 드는 경우, 그 밖에 원상회복이 적절하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수탁자가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이 변경된 경우에도 제1항과 같다.

③ 수탁자가 제33조부터 제37조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기지 아니하였더라도 수탁자는 그로 인하여 수탁자나 제3자가 얻은 이득 전부를 신탁재산에 반환하여야 한다.



신탁법 제43조 제1항에 의하면 수탁자는 그 의무를 위반하여 신탁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위탁자, 수익자 또는 다른 수탁자에 대하여 원상회복의무,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합니다. 만약 수익자 취소권에 의해 충족되지 않는 손해가 있는 경우, 수익자는 위 조항에 따라 수탁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수탁자의 신탁목적에 위반하여 거래를 한 결과 신탁법 제75조에 따른 수익자 취소권의 요건과 위 신탁법 제43조 제1항에 따른 원상회복청구권의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의무위반의 정도가 중하여 신탁목적 위반에 이르렀고 거래상대방이 이러한 점에 관하여 악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수익자의 입장에서는 그 재량에 따라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질적으로 수익자 취소권의 요건이 충족된다면 신탁재산의 복구를 원하는 경우 수익자 취소권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신탁법 제43조 제1항의 원상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이유는 크지 않습니다.


수익자 취소권이 행사된 경우 수익자는 수탁자를 대위하여 거래상대방, 전득자에 대하여 해당 신탁재산에 대한 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반면, 원상회복청구권은 수탁자가 거래상대방, 전득자에 대하여 계약상 해제권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비로소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한편 선의인 전득자의 취득으로 인해 신탁재산의 복구가 좌절되는 경우에도 수익자 취소권의 행사가 더 유리합니다. 수익자 취소권이 행사된 경우 수익자는 수탁자 및 그 상대방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손해배상청구권을 주장할 수 있는 반면, 수익자 취소권이 행사되지 않았다면 수탁자를 상대로 원상회복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청구권만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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