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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운동하는 거북이 Dec 06. 2024

운동 도전기: 내 돈 내고 통제도로 뛰기 - 3

그래도 대회장에는 나가보자

  대회 1주 전에 집에 택배가 도착했다. 택배 내용물은 대회 안내서, 배번호, 대회 티셔츠 상의였다. 연습을 게을리하는 와중에 이런 택배를 받으니 더 마음이 심란해졌다. 대회 안내서에는 아래 내용이 적혀있었다.


참가자 집결 7시~, 서울광장

물품 보관소 운영 7시~7시 30분, 서울광장

부문별 출발 8시~8시 15분

11km 부문 코스 청계광장 앞 세종대로(출발) → 광화문 광장 → 삼청로(역주행) → 청와대로(역주행) → 효자로(역주행) → 세종로 사거리 → 숭례문 → 한국은행 → 시청삼거리 →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동대문 앞 횡단보도(반환) → 을지로입구역 → 광교(북) → 무교로사거리(북) → 무교로(골인)

코스 제한 시간 안내 도심 도로 사용으로 11km 1시간 30분의 제한 시간을 엄격히 적용합니다. 구간별 제한 시간 이후 교통통제가 자동 해제 됩니다.


 코스보다 눈에 들어온 건 제한시간이었다. 서울 시내 주요 도로 통제이기 때문에 시간을 ‘엄격히’ 적용한다라. 그러면 1시간 30분 뒤에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 대회 접수를 제안한 고수 운동러인 팀원 1께 물어보았다.


 팀원 1 제한 시간 지나면 인도에서 뛸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하고 그것이 안되면 낙오자용 버스를 타면 돼요.


 낙오자용 버스? 대회 안내서를 자세히 살펴보니 ‘회송차’가 있었다. 아.. 도로 통제가 풀려서 못 뛰니 차를 타고 들어오라는 것이구나. 버스 탑승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 같았다. 그리고 나는 팀에서 이 버스의 탑승 계획을 입버릇처럼 이야개했다. ‘낙오자용 버스를 타게 되면 경험 꼭 이야기해 주겠다’와 ‘마라톤 대회에서 낙오자용 버스를 타는 진귀한 경험을 체험해 보자’ 등등등. 겉은 웃고 있지만 속은 타들어갔다. 1시간 30분 동안 11km를 간다고 치면 1km를 8분대에 들어오면 된다. 밖에서 뛰었을 때 내 페이스는 7~8분 정도였다. 평소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걸 1시간 넘게 할 수 있을까? 불안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적이니 첫 마라톤임에도 1시간 내로 들어오는 각종 블로그 후기글과 마라톤을 제대로 나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도 제한 시간 내에는 다 돌아온다는 글들을 보았다. 이 사람들은 원래 운동 신경이 있는 사람들 아닌가? 평균 수준의 운동 신경을 가진 내 동생이 10km를 58분 정도에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첫 출전에 1시간 이내 기록은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이 자랑하려고 블로그에 올린 느낌이 물씬 났다. 나 같은 평균 미만의 운동 신경을 가진 몸치의 후기는 찾지 못했다. 내가 과연 가능할까? 마음이 뒤숭숭했지만 대회는 가보기로 했다. 서울 시내 주요 도로를 통제하고 그 길을 뛰던 걷던 두 발로 지나간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멋들어진 말로 정신승리를 했으나 실제는 대회 취소 기간은 이미 훨씬 지나서 한 두 푼이 아닌 참가비 환불이 불가능한 것이 주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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