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값 못하는 세상, '운수 좋은 날'

마음 참 간사한 아침

by 글터지기

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 첨지는

하루 내내 운이 좋았습니다.


어제 새벽 글을 발행하고 잠시 쉬고

도서관을 향했습니다.

날은 맑고 햇살 가득한 좋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연결하고 책을 펼쳤습니다.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글을 쓰기 시작하는데

처음으로 막힘없이 써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늘 꽤 쓰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원주에서 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우리 집 저승사자'(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소지를 여기에 두고 있어서

민생지원금 1차와 2차 모두 사용해야 해서

휴일인 일요일에 오겠다는 소식입니다.


도서관에 앉은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

글도 잘 써졌는데 기다리던 '저승사자' 핑계로

냉큼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습니다.


'돈가스'가 먹고 싶다고 해서

나만의 맛집으로 멀리 태우고 갔는데

두 군데 모두 문이 닫히고 폐업입니다.

겨우 겨우 유명한 곳에서 식사를 마쳤습니다.


민생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아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옷 몇 개와 운동화를

겨우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란 건 '옷 값'이었습니다.

운동복 바지 한나에 15만 원 가까이합니다.

'추리닝 바지' 하나에 15만 원?'

티셔츠 하나도 그 정도 가격입니다.


민생지원금 28만 원으로 셔츠 2장과

운동화 하나를 사는데 10만 원을 더 지출했습니다.


"좀 비싸긴 하네요. 이럴 거면 차라리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훨씬 낫겠어요.

그냥 10만 원에 세 개를 샀다 생각하지요."

우리 집 저승사자의 구매 평입니다.


내일 수행평가가 있다며 저녁도 못 먹고

다시 원주로 떠나보내고 나서

저녁 약속이 있는 치킨 집으로 향했습니다.


일요일에 문을 닫은 적이 없는 집이

문이 닫혀 있습니다. 하하하

여러 군데 자리를 옮겨 식사를 마쳤습니다.


이 정도면 현진건의 소설이 떠오릅니다.

소설에서 김첨지는 좋은 날의 연속이죠.


'돈 값 못하는 세상'이라고 한탄하고,

'왜 가는 곳 모두 문을 닫았지?' 운 나빠하고,

'민생지원금 사용할 곳이 이렇게 없어?' 불평하며

소셜을 떠올리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집에 들어와 하루를 돌아보는데

보고 싶었던 딸아이와 점심도 함께 했고,

쇼핑한다고 함께 다니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별도로 글 한 편은 쓸 수 있을 정도로

'저승사자의 기특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 값 못하는 세상을 사는 일상이라며

불평을 잔뜩 늘어놓으려고 시작한 글이

생각해 보니 정말 '운수 좋은 날'이었습니다.


마음 참 간사한 아침입니다. 하하


모두, 즐겁고 행복한 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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