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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알고 있다는 걸 믿어도 될까?

무지함을 인정합니다. 다 알 수 없으니까.

by 글터지기

1598년 오늘, 23전 23승의 신화를 이끈

영원한 영웅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습니다.


칠전량 해전에서 원균이 이끈 수군이

전멸하다시피 한 수군을 장군이 이끈

명량해전에 앞서 선조의 영이 닿습니다.


'조선 수군을 폐하고 육군에 편입하라'

가망 없는 해전보다는 육지에서 싸우라는 명.


장군의 장계에서 유명한 명언이 등장하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제가 살아 있는 한, 저들은 조선 수군을

감히 업신여기지 않을 겁니다.

죽을힘을 다해 싸운다면 오히려 해볼 만합니다.'


12대 133의 전투에서 압도적 승리를 이끕니다.

세계 전사에 없는 전무 후무한 일이지요.


이후 임진왜란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서

승리를 이끌며 함께 전사했습니다.


아침부터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펼쳐 놓은 건,

저의 무지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육군대학에서 전술 교육을 받을 때,

대 강당에서 누군가 강의를 할 때였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존경하는 우리나라 장군은?"

질문에 대부분 '이순신 장군'을 답했습니다.


"그럼 이순신 장군에 대해

5분간 발표할 수 있는 장교 있습니까?

난중일기, 23전 23승을 포함해서"


아무도 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도 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군을 이끌 장교가 정작 존경하는 장수의

전략이나 생애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 후, 3박 4일의 휴가가 있을 때

일명 '이순신 장군 투어'를 혼자 다녀왔습니다.


저는 그 휴가 동안 해남, 여수, 통영을 거쳐

흔적이 남은 곳을 하나하나 발로 밟아 보았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바다, 한겨울 매서운 바람,

그리고 기념관에 남은 짧은 기록들까지.

503850868_29756417260672144_709895130020339860_n.jpg 15년 전 사진이 하나 남아 있네요.


이 경험으로 내가 알고 있는 건

그저 겉만 스친 얄팍한 지식에 불과했습니다.


아는 척하며 무지하게 사는 것보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다시 배우려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비로소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어제와 비슷해 보이는 오늘,

어제 알았다고 여겼던 것들도

사실은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을지 모릅니다.


겸손하게 다시 묻고,

확인하며 배우는 오늘을 살겠습니다.


모두, 행복한 수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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