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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좀 하라'는 말

그래서 적당히 해보겠습니다.

by 글터지기

화요일은 오전 근무만 있는 날이라 좋습니다.

보통 퇴근하면 커피숍이나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며 보냈는데

오늘은 조금 다른 계획이 생겼습니다.


우리 집 저승사자(딸)가 흰머리 소년을 모시고

캐나다 고모에게 다녀오겠다는

기특한 생각을 해준 덕분에 제가 좋습니다.


역시 흰머리 소년 여권이 없어서

오늘 신청하려고 합니다.

사진도 찍어야 하고 시청도 다녀와야 합니다.


별 내색은 안 하시려 하지만

흰머리 소년은 이미 비행기에 오른 기분이십니다.

일정이 평일에 잡히면 '공항버스'를 타야 하고,

내리면 '휠체어'를 타겠다는 생각을

미리 하고 계시다며 웃는 모습이 좋습니다.


오랫동안 고민만 하던 ‘월간지’를

정말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1인 출판사 사업자 등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꿈일 줄 알았는데

하나씩 종이에 쓰고 움직이다 보니

현실의 모서리가 손끝에 닿는 느낌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적당히 해라'

이 말은 참 이중적입니다.


친구의 행동이 지나치다 싶으면

적당히 좀 하라고 나무랄 때 쓰이기도 하고,

누군가 너무 무리하며 달려갈 때는

부디 천천히, 쉬어가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최근 제가 이 말을 들었습니다.

'뭐 한다고 하면 그저 좋아서 빠져들어?

그런다고 돈이 돼? 뭐가 되는 거야?

쉬면서 천천히 해도 돼. 그러니까 적당히 해"

비아냥인지 격려인지 모를 말입니다.


무슨 뜻이 됐건,

이 말을 다르게 생각해 봅니다.


적당히 하라는 말이 ‘대충 하라’는 뜻이 아니라

‘나를 잃지 않을 만큼 조절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흰머리 소년의 설렘도,

딸아이의 기특한 제안도,

월간지라는 무모한 도전도

욕심이라기보다 포기하지 않고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조언대로

'적당히 해 보겠습니다.' 하하하


모두, 행복하고 소중한 화요일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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