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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의문이라면

발은 늘 길 위에 있습니다.

by 글터지기

내가 지금 가고 있는 길은 어디쯤인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건 맞는지 자꾸 묻게 됩니다.


이것저것 벌려 놓은 일은 많은데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는 날의 연속입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한 일상이지요.


오랜 시간 독서를 가까이했고,

글도 쓰며 노동의 시간을 보내며 나름대로

단단한 일상을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무엇인가 하나에 집중하려고 하면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책 초고를 쓰는 일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그 와중에도 하루 2편의 글을 쓰겠다고 도전하고,

'월간지'를 시작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하나만 똑바로 해라',

'뭐 하나 해 놓고 다른 걸 해라',

'그거 하나 못하면서 다른 걸 한다고?'

이런 소리가 제 내면에서 들려옵니다.


어제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꺼내신 분들이 있는 걸 보면

저만의 고민은 아닌 듯합니다.


동료들과의 이야기 도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꼭 하나를 끝내야

다른 걸 시작한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쓰고 있는 책은 그저 첫 시도에 불과합니다.

이익을 추구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거창한 브랜딩을 노리는 것도 아닙니다.

2편, 3편.. 꾸준히 이어갈 글을 쓰기 위한 경험,

즉, '저만의 기초 다지기'입니다.


지금 쓰는 책은 나를 위한 첫 시도이고,

하루 두 편의 글쓰기는

그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쓰고 있는 겁니다.

월간지도 그 과정을 돌아보기 위한 실험입니다.


하나를 시작해서 끝내지도 못했는데 욕심이라고,

나는 역시 끝이 흐린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다른 것도 시도해 봐야

별 볼일 없을 거라고 자책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는 차 안에서

가만히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하나를 끝내지 못했다고 '욕심'이라 생각할 필요도,

끝이 흐린 사람이라고 단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관에 못 박힐 때야 끝을 보는 거니까

끝까지 읽고 쓰는 사람이라면 되는 겁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계속 묻고 있는 겁니다.

'나는 지금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


스스로 물음에 답합니다.


이 질문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무엇인가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길을 잃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발은 늘 길 위에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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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1905년 오늘은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입니다.

군사적 위협 속에 을사늑약을 강제로 체결해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박탈하고 통감부를 설치했습니다.


을사오적 박재순, 이지용, 이근택, 이완용, 권중현.

공식명칭도 없고 고종의 승인도 없이 체결된

명백한 위법 행위입니다.


오늘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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