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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얻어먹고 마음은 쪼그라들고

호승심과 질투사이

by 글터지기

‘마음지기’의 직장 동료분들께

저녁 식사 초대를 받았습니다.

동료분의 남편께서 대접하시는 자리라,

저도 괜히 복장을 한 번 더 다듬고 참석했습니다.


남편 분들은 연배가 있으셨고,

저는 그중 막내였습니다.


한 분은 유명 제지 회사를 정년 퇴임하셨고,

한 분은 건설사 이사를 하고 계십니다.

저는 명함이 없는 사람인지라

괜히 어색한 웃음만 지어드렸습니다. ㅎ


단순하게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생각했는데

막상 한우가 풍성하게 차려졌습니다.

술이 한두 잔 오가고 어색한 자리가

슬며시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막내이다 보니 제가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얻어먹는 자리기도 하고, 차려진 음식도 좋고,

그 분위기에 맞게 제가 말을 이어가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속으로 '2차는 내가 사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식사를 마치고 2차 가시죠 했는데 그 자리도 역시

막내는 나서지 말라는 듯 또 얻어먹었습니다.

자리는 재미있고 즐거웠습니다.


6명의 저녁식사 비용으로 60만 원과

2차에서 지불한 비용도 만만치 않은 지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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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기분 좋게 한 잔 사신 다는 게

좋은 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의미일 건데,

머리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남았습니다.


다음엔 제가 식사 대접 한 번 하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질 않았습니다.

솔직히 제 주머니 사정으로는

그분들 수준에 맞추기 어렵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내 수준에 맞는 식당이었으면 좋았으려나.

주머니 사정 생각하지 않고

좋은 사람들에게 식사 대접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그 적당한 수준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거지?


괜한 호승심인지, 질투인지,

스스로가 조금 격 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어쩌면 상대를 대접하는 것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아닐까?

지나침은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내가 지나치게 씁쓸해하는 마음도

과유불급입니다.


"다음엔, 제가 사겠습니다. 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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