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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시대에 남겨두는 잠깐의 여유

아날로그가 가끔은 그립다.

by 글터지기

선물 받은 연필을 더 잘 써보고 싶어

자동 연필 깎기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편리하긴 한데,

묘하게 좋은 점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다시 칼을 들고 연필을 천천히 깎아야겠다는

아주 작은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필심이 깎여 나가는 게 더 많은 것 같아서..)


잠시 멈췄던 필사를 다시 시작하려

노트를 펼치고 연필을 쥐니

아날로그에 대한 오래된 그리움이

문득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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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자동화 시스템으로

세상이 빠르게 정돈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빠르고 정확한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 편지를 기다리던 마음,

자동 연필 깎기가 없던 시절 칼로 깎던 모습,

원고지나 갱지에 한 자 한 자

글씨 연습 숙제를 하던 어린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테이프에 녹음하려고 숨소리까지 죽이던 간절함.

생각해 보면 많은 장면이 머릿속을 스칩니다.


역사 속으로 밀려난 작은 풍경들입니다.

이제 와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한다면

아마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문득 그리울 뿐이겠지요.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예전에는 노트와 종이에 손으로 옮겨 적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메모,

오디오북을 듣다가 카톡 ‘나에게 보내기’로

음성 기록을 남기는 시대입니다.


편리함이 모든 걸 대신해 주는 시대입니다.

그게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다만, 때로는 시간과 정성을 들여 잠시의 '여유'를

느낀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잠시 연필을 깎는 시간을 허락하는 일,

천천히 손글씨 쓰는 여유를 가져 보는 일,

그리운 이를 떠올려 보는 짧은 순간.


이런 시간이야말로

잠시 잊고 지내던 마음의 속도를

다시 찾아주는 일이면서

편리함으로만 미처 채우지 못하는

따뜻한 시간일 겁니다.


출근하는 토요일입니다.

주말에는 밀려있는 답글을 드려야겠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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