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온 조카와 함께
꼬맹이가 사람이 돼서 집에 왔습니다.
제게는 조카 두 명이 있습니다.
캐나다에 있는
'말로만 효녀(여동생)' 아이들입니다.
촌스러운 조그만 아이들 중 큰 아이가
버젓이 어른이 돼서 '외삼촌'을 찾습니다.
캐나다에 흰머리 소년이 계시는 동안
할아버지 어디 가신다고 하면
걸음이 불편하시니 행여 넘어지지 않을까
안절부절못했다는 아이는
다 큰 어른이 돼서 한국을 찾았습니다.
아직 시민권이 나오지 않아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캐나다에 나가 있던 조카는
이제야 귀국해서 신분증을 만든다고 분주합니다.
조카들이 어릴 때, 흰머리 소년은
매주 손주들 보겠다고,
동생 네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정이 더 많이 들었나 봅니다.
조카들도 '할아버지'하면 껌뻑 죽습니다.
캐나다에서도 매일 할아버지께 전화를 드리고,
별소리 아닌 일을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그런 할아버지가 캐나다에 함께 있었으니
그 즐거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외삼촌은 조카들에게 별로 해준 게 없습니다.
직업군인으로 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내 아이들 키운다는 부담감으로
마음으로 조카들을 대해 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조카의 짧은 귀국은
제게도, 흰머리 소년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참 커야 할 사춘기를 타국에서 보내고
이제는 오히려 한국어가 낯설다는 시간 끝에
다 큰 성인이 돼서 찾아온 조카에게
짧은 시간은 제 정성을 다해 보려 합니다.
퇴근 후에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시간은
조카와 함께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좋다고 알려진 곳을 다녀 보겠습니다.
사람을 성장하고 어른스럽게 만드는 건
돈과 시간이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기다려 주는 일,
지치는 고비를 외면하지 않고
함께 지나가 주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조카는 많이 성장했고
보기 좋게 성인이 됐습니다.
캐나다에서 손주 녀석이 찾아왔다고
신이 나신 흰머리 소년은
오늘도 거실에 나와서 한참 말씀을 하십니다.
늦은 시간에도 집이 소란스럽습니다.
기분 좋은 소란함.
귀국하고 마음 편하게 오랜 시간 주무신
흰머리 소년과 젊고 힘이 넘쳐서
시차 적응을 금방 한 조카가
집에 있어서 든든한 오늘입니다.
제법, 사람 사는 집이 됐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