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택배
캐나다에 있는 '말로만 효녀(여동생)'가 일을 벌였습니다.
이번에도 밴쿠버에서 구매한 헤이즐넛 커피 원두와 크랜베리 쿠키를 두 박스나 보내왔습니다.
물론, 물건이 도착하기도 전에 카카오톡이 먼저 왔습니다.
"오빠 건 없으니까 손 대지 말고, 아빠하고 언니(마음지기)만 드려."
참으로 친절한 안내였습니다.
저는 그 메시지를 정성껏 읽고… 읽씹했습니다. 하하하.
국제 배송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동생은 철이 바뀔 때마다 먹거리를 끊이지 않게 보내옵니다. 밴쿠버에서 산 커피 원두, 간식거리, 가끔은 건강식품까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생활의 틈을 슬쩍 채워주는 선물들입니다.
헤이즐넛 커피 원두는 어느새 제 아침 일상이 되었습니다.
2년 전 처음 보내왔을 때만 해도 그저 '외국에서 온 커피'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침에 원두를 내려 마시지 않으면 하루가 시작되지 않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크랜베리 쿠키는 제 취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출할 때 하나 집어먹거나 맥주 안주로는 제법 괜찮습니다. 먹다 보면 문득 미군 전투식량에 들어 있던 건식 쿠키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질감이 어딘가 비슷합니다.
물론 우리 집에서 커피 취향이 가장 확고한 분은 따로 계십니다.
흰머리 소년입니다.
흰머리 소년은 여전히 달달한 믹스커피를 즐기십니다.
그나마도 당뇨를 생각해서 일반 믹스 대신 '스테비아 커피'를 사다 놓습니다. 커피는 역시 달달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신 분입니다.
택배가 도착한 어제는 마침 갈아 둔 커피 원두가 떨어졌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밤늦게 새로 받은 헤이즐넛 원두를 꺼내 조심스럽게 갈았습니다. 고소한 향이 집안 곳곳에 퍼졌습니다. 곱게 갈린 원두를 유리병에 담아 두고 나니 괜히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아침에 내려 마실 커피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뿌듯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멀리 캐나다에 있는 동생은 매일 흰머리 소년과 한 시간 이상 통화하며 효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붙여준 닉네임 '말로만 효녀'. 이제 '제법 효녀'입니다. 하하하
멀리 캐나다에 있는 '말로만 효녀'에게 괜히 고맙다는 말을 한 번 남겨야겠습니다. 국제 배송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철마다 이런 상자를 보내오는 마음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요.
생각해 보면 사람 사이의 거리, 아니 남매의 거리는 참 묘한 것 같습니다.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늘 식탁 하나 사이에 앉아 있는 것처럼 가까울 때가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헤이즐넛 커피를 내리는 일로 새벽을 열었습니다.
매번 받기만 하고, 보내주는 건 없는 일상입니다.
오늘은 꼭 '고맙다'는 인사를 남겨야겠습니다.
덧붙여서 '계속 고따구로 해라!'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