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한국사 : 조선편』, tvN STORY 제작팀
최근 <왕과 사는 남자> 신드롬이 이어지면서, 조선시대 역사와 '왕'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게 아닐까 싶어졌습니다.
제가 역사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아이들이 중학생일 때 '아빠, 국사 시간에 배운 이건 뭐야?'라고 물으면 '그건 선생님께 물어봐'라고 답하기 부끄러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사 시험도 보고, 틈틈이 역사책을 읽어 왔습니다.
최근 역사를 다시 보는 기회가 있다면 그전과는 다른 마음으로 읽거나 듣게 됩니다. 그전에는 그저 '시대의 흐름'에 집중해 왔다면, 지금은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tvN STORY 제작팀, '벌거벗은 한국사'는 특별히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입니다. 마침 책으로 발간된 『벌거벗은 한국사 : 조선편』이 오디오북에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역사를 다시 펼쳐 드는 일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막상 다시 마주하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선'이라는 시대는 더 그렇습니다. 시험을 위해 외웠던 왕의 이름과 사건들은 기억 속 어딘가에 남아 있지만, 그것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졌는지, 그 안에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했는지는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기록 속 인물들을 교과서 속 인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람으로 끌어옵니다. 왕과 신하, 권력자와 백성 모두가 각자의 선택과 감정 속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차분히 짚어 나갑니다. 덕분에 단순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아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조선 명재상 '황희', 킹메이커 '한명회', '문정황후', '임꺽정'에 대한 진실, '광해군'의 선택과 '장희빈'은 누구인가, 정조와 '정약용'의 만남, 개화기의 '흥선대원군'.
그들의 삶과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역사는 늘 멀리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거리를 조금씩 좁혀 줍니다.
권력을 둘러싼 갈등, 인간적인 욕망, 선택 앞에서의 망설임 같은 장면들은 시대를 초월해 지금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역사는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tvN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답게, 설명은 비교적 친절하고 흐름은 경쾌합니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역사적 장면들도 이야기처럼 풀어내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깊이 있는 해석이나 학술적인 밀도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이 책의 역할을 분명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책은 '역사로 다시 들어가게 만드는 입구'는 아닐까.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고 나서도 머릿속에 남는 것은 특정 사건이나 연도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이 남았습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 어떤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흐름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선택 또한,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역사'로 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역사를 안다는 것은 과거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벌거벗은 한국사 : 조선편』은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그러나 분명하게 전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잊고 있던 역사를 다시 꺼내어 보고 싶은 분들께, 역사를 조금은 다른 시선과 이야기로 만나고 싶은 분들께 일독을 권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