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만난 두 가지 '목소리'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by 글터지기

신선식품 배송 노동자에게 토요일은 그저 평일과 다를 바 없는 날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비슷한 매장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 장면을 마주했습니다.


제법 규모가 있는 매장에서 검수를 마치고 물건을 진열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 열댓 명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야유회를 떠나는지 필요한 물품을 나누어 장을 보고 있었습니다.


서너 명씩 조를 나눠 한 팀은 야채 코너에서, 또 한 팀은 주류 코너에서, 또 다른 팀은 공산품 코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언니, 오이 몇 개 사?"

"맥주는 몇 박스 필요해?"

매장은 순식간에 그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채우며 또 다른 누군가를 불렀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오늘이 토요일이구나.'


누군가에게는 떠나는 날이고, 누군가에게는 웃음이 넘치는 날이구나.

그들의 즐거움이 묘하게 이쪽으로 번져 오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다음 매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는 규모가 작은 매장이었습니다.

검수를 마치고 진열을 끝내면 금방 나올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계산대에 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 남자 손님이 담배를 찾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던 직원이 대신 응대를 했습니다. 위쪽 진열대부터 살펴보았지만 찾지 못했고, 결국 "없습니다”라고 응대했습니다.


그 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습니다.

“여기 있는데 왜 없다고 해?”

아마도 그 손님 눈에는 매대 맨 아래에 있는 자신이 찾는 담배가 보였나 봅니다.

“있는 걸 왜 없다고 하는 거냐고? 손님 대하는 태도가 이게 뭐야?”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매장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달라졌습니다.


조금 전까지의 소란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긴장이었습니다.


직원은 결국 맨 아래 칸에서 담배를 찾아 건넸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거칠어졌습니다. 그는 직원의 자리까지 따라가며 계속해서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 둘 사이, 어쩌다 보니 제가 서 있었습니다.

결국 조용히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만 차분하게 말씀하셔도 충분히 전달됩니다."


그를 계산대로 안내한 뒤 다시 진열을 이어갔지만, 그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딴 식으로 장사하면 나도 여기 안 와."

그 말 끝에, 그는 스스로를 설명하듯 덧붙였습니다.

"나 학생들 등하교 시켜주는 사람이야!. 내가 진상으로 보여? 내가 틀린 말 했어?"


마치 '내가 누군지 알아?' 하는 고전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서만 자존감을 찾는 사람이라니. 진부하다 싶었습니다.


저는 아무 말 없이 야채를 다듬던 직원을 조용히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녀는 울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려움 때문인지, 억울함 때문인지, 아니면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인 탓인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잠시 전, 매장을 가득 채웠던 웃음소리와 지금 이 공간을 채운 거친 목소리가 묘하게 겹쳐졌습니다.


둘 다 '높은 톤의 소리'였지만, 전혀 다른 결의 소리였습니다.

한쪽은 함께 나누기 위해 높아진 목소리였고, 다른 한쪽은 누군가를 짓누르기 위해 커진 목소리였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남자는 왜 그렇게까지 화를 냈을까.

그리고 만약 그 자리에 건장한 남자 직원이 있었다면, 과연 같은 방식으로 화를 냈을까.


정답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사람의 크기는 그 사람이 얼마나 크게 소리를 내느냐가 아니라, 그 목소리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에서 드러난다는 사실을.


오늘 매장에서 저는 두 가지 '목소리'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오래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부디, 야채를 다듬던 직원이 마음에 상처를 덜어내시길.


그리고, "아, 오늘은 놀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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