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

치료와 삶

사람들에게 심장과 관련된 분야에서도 물리치료사가 일하고 있다고 하면 대부분 의아해한다. 대체 심장에 해줄 수 있는 치료가 무엇이냐며 웃는 사람도 본 적 있다. 물론 이 경우는 매우 무례한 분이기에 굳이 일반화시킬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직업에 대한 이해도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심장도 근육이라며 운동이 필요하다 설명해 주고는 한다. 그래도 이 정도로는 와 닿지 않는지 이해시켜 드리지 못할 때가 많다. 심장은 한 때 나의 모든 관심사일 만큼 물리치료사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분야이다. 내가 지금 종사하고 있는 신경계처럼 복잡하고 어렵지만 생명과 가장 가깝다. 그런 매력에 이끌려 심장의 세계로 들어가는 분들이 적지 않다.


예로부터 심장은 생명을 상징해 왔다. 신체 중앙에서 우리 몸의 모든 곳에 피를 보내주는 역할을 하니 생명의 근원이라 봐도 무방한 듯싶다. 사람의 뇌는 이성을 심장은 감성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해온 것을 보면 그 자체가 주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주먹 두 개를 맞댄 것보다 작은 크기를 갖고도 나의 생명을 책임지고 있다니. 참으로 고마운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녀석이 망가졌을 때이다. 밤이나 낮이나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던 녀석이 일을 하지 않을 때 생겨나는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숨이 차는 것은 기본이고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어디 마비된 곳도 없는데 몸은 천근 만근이다. 물 뜨러 가는 것조차 어려워진다. 사실 이런 증상보다 무서운 건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다른 어떤 장기에 비해 심장은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심장질환은 국내 질병사인의 2위일 정도로 치명적이고 흔해졌다. 치료를 한다 하더라도 합병증을 동반하며 평생 관리해야 하는 골치 아픈 녀석이 되어 버린다. 심장은 그런 녀석이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추어 심장 재활이라는 분야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외과적인 시술이나 내과적인 약물 조절에만 의존하던 심장 질환을 다른 각도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심장 기능 저하로 떨어진 신체 활동을 유지 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한다. 국제적으로는 이미 보편화된 치료이지만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다행히 몇몇 시설에서 심장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점차 새롭게 시작하는 의료기관이 늘어났다. 이러한 배경으로 퍼져 나가는 심장 치료 덕분에 많은 생명이 다시 힘을 되찾고 있다.

물리치료사는 제 역할을 못하는 심장을 제대로 뛰게 해주어야 한다.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설정해 주고 운동을 살핀다. 무리가 가는 운동은 오히려 심장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단계에 맞추어 강도를 설정한다. 완벽한 운동 강도를 맞춰 주더라도 언제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분이기 때문에 환자이다. 그래서 심장이 뛰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전극을 달고 심전도를 체크한다. 운동하는 모든 순간 심장에서 이상한 낌새가 발견되지 않도록 화면을 살핀다. 심전도에 문제가 나타나는 건 순간이다. 그 순간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심장 물리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나는 심장재활을 하는 현장에 직접적으로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교육만 받았을 뿐 실전에 투입되었던 적은 없던 지라 현장에 계신 분들의 고단함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다. 그러나 간접적으로 느낀 현장은 생각보다 살 떨리는 곳이었다. 일반적인 치료실과는 다르게 언제나 생명의 위협이 있는 곳이었다. 뿐만 아니라 심혈관 질환과 뇌질환은 함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나의 현장에서도 간혹 심장 질환 환자를 만날 때가 있다. 중환자실에서도 물리치료를 가게 되면 모니터에 뜨는 심전도를 읽어야 할 때가 있다. 일반적으로 뇌질환만 가진 환자보다 심장 질환을 동반한 환자의 치료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equipment-3089883_1920.jpg 중환자실용 모니터로 심전도, 심박수 등 다양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심장 질환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나조차 이렇게 느끼는데 현장에 있으신 분들께서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 그만큼 더욱 전문적이고 숙련되어야 하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언제라도 뛰어들고 싶지만 쉽게 속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언젠가를 위해 혼자라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있다.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는다. 심장이 뛰는 걸 느낀다. 심장이 뛰는 걸 눈으로 본다.


중환자실에 들어가니 간신히 숨을 몰아 쉬는 환자의 머리맡에 모니터가 놓여 있다. 삑, 삑 소리를 내며 심전도 선이 화면을 지나쳐 간다. 조용히 몸을 움직여 드리며 심장의 움직임을 느껴본다.

심장 재활을 하고 있는 치료실에 들어가 본다. 환자가 달리는 러닝 머신의 머리맡에 모니터가 놓여 있다. 마찬가지로 삑, 삑 소리를 내며 심전도 선이 화면을 지나쳐 간다. 그 옆에서 치료사는 따뜻한 심장을 매서울 정도로 차갑게 이성적으로 지켜본다.


장소는 달라도 모두의 심장이 뛰고 있다. 삶을 이어 가기 위해 힘찬 몸부림을 치고 있다. 우리는 몸부림치고 있는 심장을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느낀다. 건강했던 예전처럼 심장이 뛸 수 있도록 땀을 흘린다. 심장이 뛴다. 우리도 함께 뛴다.


keyword
이전 12화숨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