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병원의 물리치료사

입원과 만남

어느덧 가쁜 숨을 내쉬고 보니 임상이라는 곳에서 몇 년째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았던 지난 삶, 환자를 마주한다는 부담감이 책임감이 되어 그 누구에게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매 순간의 다짐 속에 치열한 하루하루를 보내온 것 같다. '선생님'이라는 과분한 자리에서 제 몸 가누기 조차 힘든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


‘나는 어느 병원의 물리치료사이다.’

물리치료사. 이 직업을 들으면 다들 무슨 생각을 할까? 사실 나도 대학에 들어가서야 이 직종에 대해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도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던 만큼 일반적인 사람이 알기엔 어려울 것 같다.


“물리 잘하세요?”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물리치료사를 영어로 표기하면 ‘Physical therapy’, Physical이라는 단어가 가진 여러 가지 뜻 중에서 ‘신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한국에 직업이 도입될 당시 Physical을 신체가 아닌 ‘물리적인’이라는 뜻으로 풀이한 일본식 해석을 그대로 가져와 버렸다. 이학요법에서 지금의 물리치료라는 단어가 되어 버린 것이다. 본고장인 서양 사람이 들으면 코웃음을 치는 이상한 단어가 탄생한 순간이다. 그래서 이름이 직업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물리치료사입니다'라는 소개를 건네면 대부분은 아픈 부위를 하나 둘 꺼내기 시작한다. 목, 어깨, 허리, 무릎 아픈 곳을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덧 내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은 환자로 변모해 간다. 아픈 곳 하나 없으시던 분들이 갑자기 아픈 곳이 얼마나 많아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갑자기 환자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종종 치료실에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친다. 그러면 내가 일하는 곳의 여건상 정중하게 거절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보이는 반응이 참 인상적이다. 누군가는 친분을 말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재산을 자랑한다. 이런 반응에는 어쩔 수 없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저는 신경 물리치료사입니다.'


사람들이 환자로서 나를 병원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허리나 팔다리가 아픈 것도 상당히 불편하다는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증상을 경하다 하는 이유는 신경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면서 치료실에서 뵙게 되는 분이 뇌졸중, 척수 손상, 암과 같은 중환자실, 수술실을 거쳐온 중증 환자들이 대부분. 나를 본다는 자체가 이미 죽음의 문턱을 넘어가기 직전까지 다녀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나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상황을 맞이한 초기 환자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본 적 있는가? 한 번이라도 보았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삶이 하루아침에 얼마나 비참한 굴레에 들어갔는지. 불과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멀쩡했던 몸이었다. 희망을 품고 병원에 왔건만 이제는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게 됐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환자 자신과 그들의 가족이 마주하는 절망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장애를 갖고 재활을 시작했다는 건 끝을 알 수 없는 터널을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다. 살면서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채로 의료진과 치료사들을 만난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우리에게 매달리는 것 밖에 없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준비할 수 없었던 만큼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외줄 타기를 걷는 것만큼이나 위태위태하다.


처음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땐 솔직히 무서웠다. 절박한 마음으로 뭔가를 기대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무작정 부딪혀 보기엔 내 어깨에 짊어지기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내가 아닌 더 실력 좋은 선생님을 만났더라면 훨씬 좋은 결과를 볼 수도 있을 텐데 라는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허다했다. 그럴수록 무작정 교육을 들으러 다녔다.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환자를 만나는 모든 치료마다 고뇌의 연속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에는 조금 나아졌을지 몰라도 몇 년째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도 환자를 볼 때면 두려움이 함께한다. 나의 치료가 혹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내가 치료하는 이 방향이 맞는 방향일까.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치료할 수 있지는 않을까. 치료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이런 생각에 휩싸여만 간다. 혹여나 이런 불안함이 그들에게 옮겨질까 괜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그들에게 나아갈 뿐이다.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일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남들과 똑같이 월급을 받으며 일하는 한 명의 물리치료사일 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희망을 건네받으며 삶의 일정 부분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의 하루는 그들의 숨소리 하나에, 손동작, 발 동작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누구보다 치열 해진다.


오늘도 다른 사람의 삶을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나는 어느 병원의 물리치료사다.



법에 명시된 물리치료사의 고유 업무

1) 물리요법적 기능훈련ㆍ재활훈련

2) 기계ㆍ기구를 이용한 물리요법적 치료

3) 도수치료: 기구나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하는 치료

4) 도수 근력(손 근력)ㆍ관절 가동범위 검사

5) 마사지

6) 물리요법적 치료에 필요한 기기ㆍ약품의 사용ㆍ관리

7) 신체 교정 운동

8) 온열ㆍ전기ㆍ광선ㆍ수(水) 치료

9) 물리요법적 교육

법에 공식적으로 명시된 업무는 이러하며 세분화된 업무를 포함하면 더욱 다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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