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의견일 뿐, 섣불리 화내지 마시고 제 얘기 한 번 들어봐줘유~
일본 여행은 몇 번이나 갔을까?
5년간 일본에 살았고 여행은 1년에 최소 한 번씩은 갔던 것 같다.
출장으로 간 적도 있고, 연수여행으로 간 적도 있다.
일본 전역을 다닌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 교토, 나고야, 카가와(나오시마),
시즈오카, 나가노, 후쿠오카, 후쿠시마 꽤나 여러군데를 다녀왔다. 아직 안 가본 소도시도 많다. 하지만 나는 미리 단언할 수 있다.
내게 있어 일본여행 중 으뜸은 도쿄일 거라고!
그건 변하지 않을 사실이라고! 아직 앞날이 꽤나 창창하니 바뀔 수도 있지만 현재는 그렇다.
코로나 창궐과 개인적인 일로 해외여행을 5년간 한번도 가지 못했다.
뭐 꼭 가야하는 건 아니지만. 가까운 나라들은, 특히 일본은 일 년에 한번씩은 자주 나갔기 때문에
굉장히 오랜만에 가는 해외여행이었다.
쭉 가고 싶었다. 도쿄에. 일본 다른 곳 말고 도쿄에.
도쿄에는 내가 싫어하는 일본, 좋아하는 일본의 모습이 몽땅 다 들어가 있다.
씁쓸하지만 애정하는 커피처럼 또는 녹차처럼 1부터 10까지 모두 좋다기보다는
그냥 내가 추구하는 또는 내 스스로도 답답하지만 바꾸지 못하고 간직한 것들이 도쿄에 다 있다.
송길영 작가님의 "시대예보 : 핵개인의 탄생"이라는 책을 참 좋아한다.
이 분, 이 시대의 진짜 현자 아닐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허를 찌르는 내용들이 많았다.
어쩌면 도쿄는 스멀스멀 핵개인화가 이미 진행된 곳이라 생각한다.
벌써 십여년 전 퇴근길에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는 길에
누군가가 동전을 떨궜다.
팅! 티링, 티링-
얼마 되지 않는 동전들이 요란하게도 굴러간다,
저거 떨어뜨린 사람 민망하겠다, 아이고야~ 우짠다, 도와줘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도쿄 사람들은 어느 누구 그 곳에 시선을 두지 않고 자기 갈 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매정하고 차갑다고만 느꼈던 도쿄,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도와달라는 말도 없었고 도와주다가 서로 발걸음이 엉킬 수도 있고
배려라기엔 단순 호기심의 시선을 주지 않는 핵개인들이 많아서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도 도움을 요청하면 한없이 친절하고(표면적일지라도)
인적 드문 평일 조조 영화 상영관에서 낯선 도쿄인이 나이, 직업, 그런 상투적인 질문이 아닌
어떻게 이 영화를 보러 왔냐며 반갑다고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당장 영화보는 이 시간의 우리는 한 그룹에 있다는 걸 알려주듯이 말이다.
나만 좋아할 것 같은 뾰족한 취향의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저긴 도대체 누가 갈까? 싶은 취향의 가게들도 별다른 풍파 없이 잘 운영되는 곳.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정장 차림의 많은 회사원들,
반면에 형형색색 코스튬, 별나고 독특한 차림새의 사람들. 그들도 크게 남들 시선을 받지 않는 곳.
남 눈치를 많이 보지만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그리 신경 쓰지 않는 곳.
숨이 턱 막힐 듯한 빌딩숲, 그런데 또 울창한 나무들로 에워싼 공원 조성.
좋은 의미로 겉과 속이 다른 도쿄.
조용히 지내고 싶다,
사람들 많은 화려한 거리 걷고 싶다,
이런 내 양면적인 취향 어느 정도는 채워줄 수 있는 곳.
6년만에 그런 이질적이고도 친숙한 도쿄를 다녀온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