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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철 Nov 01. 2024

<지브리미술관> 그리고 더 좋았던
<이노가시라공원>②

분량조절실패! 이노가시라공원이 너무 좋았던 점에 대해서 

 극성수기에 비하면 괜찮았지만, 그래도 내 기준 인산인해였던 <지브리미술관>에서의 피로감을 <이노가시라공원>으로 해소할 수 있었다. 피로감 해소뿐 아니라 <지브리미술관>에서 느낀 기분 좋은 감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다. 


  <지브리미술관>의 출구에서 바로 이어진 <이노가시라공원>. 

  여지껏 왜 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지브리미술관>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일본의 연결지어버리기 스킬은 이전부터 대단했다. 교묘하게 사람들을 기념품 가게에 들리게 하고 소비 욕구를 일으키게 하는 일본의 동선 컨트롤 테크닉!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비 기회를 만나기도 하고 반대로 진짜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길목에 갖가지 소비 트랩을 설치해둔다. 

 보통은 상품 판매가 주된 목적이었던 이 동선 컨트롤 테크닉을 미술관+공원 조합에서 선보이다니! 나홀로 감탄을 자아냈다. 


(심지어 몰랐는데, 홈페이지에 "이노가시라공원 시립애니메이션미술관"이라 적혀있길래 여긴 어디지? 했는데 그게 바로 지브리미술관이었다..세상에, 하야오상, 당신 미타카시랑 아예 공식적으로 손잡고 만든 거군요? 그 정도 영향력 있는 인물이긴 하지...!)


<이노가시라공원> 지도, 오렌지칸 표시가 <지브리미술관>이고 내가 걸어온 루트를 화살표로 표시해 두었다.


 일본에는 잘 꾸며진 정원이 있는 공원, 말하자면 조경이 아주 잘 되어 있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입장료를 받는 형태의 공원이 꽤 많다. <신주쿠교엔>도 예쁘게 잘 꾸며져 있는 곳 중 하나다. 반대로 <요요기공원>은 뭔가 돗자리를 깔고 잔디밭에 앉아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나들이용 공원 느낌이다. 이 중간 지점에 있는 공원이 바로 <이노가시라공원>이다. <이노가시라공원>도 상당한 규모지만 지형이 길게 늘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굽이굽이 굵직한 공원길을 걷다보면 이노가시라상(이노가시라 공원을 내맘대로 의인화했다)의 카멜레온과도 같은 다양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처음 들어선 곳은 정말 센트럴파크와 같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숲과 같은 넓은 들판이 펼쳐지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곳에는 테니스코트, 트레이닝 코너라는 이름의 트랙같은 길이 나있다. 외곽길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곳으로 사용하고 안쪽 트랙(?)길은 러닝 등 트레이닝을 하는 사람들이 사용한다. 일본은 러닝 선진국으로도 유명한데, 와서 보면 그 말이 맞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러닝이라는 운동을 아주 오랫동안 체화해온 것이 느껴지고 고령자의 러너도 쉽사리 볼 수 있다. 심지어 꽤나 멋쟁이 또는 고수의 느낌이 물씬 나는 러너들은 대체로 고령자인 경우가 많다. 


 그곳을 지나면 호수를 끼고 꽤나 오랫동안 숲길을 걷는다. 이노가시라공원은 100년도 넘은 공원인지라 나무들이 상당히 울창하다. 내가 여행하는 동안 도쿄의 한낮 날씨는 늘 30도를 훌쩍 넘겨버렸는데 그럼에도 공원 안은 녹음이 우거져서인지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원이 넓고 꽤 큰 호수가 있어서인지 자연박물관, 동물원, 수생물원 등 여러가지 시설이 군데군데 있는데 그 모양새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내가 세계 동물 좀 모아봤어! 보러 와~ 이런 느낌이 아니라 어쩌다보니 여기 이런 생물들이 사는데 조심스레 와서 봐볼래? 정도의 동물원, 수생물원 같은 컨셉이랄까. 본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런 내추럴한 느낌이다.

 

트레이닝코너 안쪽 트랙(?)
트레이닝코너 외곽길(?)!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와 공원 정말 좋다~ 감탄하며 계속 걷다보면 갑자기 모습을 바꿔 호수를 가로질러 가는 다리가 나오고 그 다리 건너에는 무슨 사원 같기도 한 신사 같기도 한 빨간색 건축물이 보인다! '벤자이텐'이라는 곳인데 갑작스레 좀 오바 보태서 교토 느낌이 나는 곳이다(하하, 오바가 좀 심한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방문해서 그런지 이노가시라상의 갑작스런 변모에 참으로 큰 매력을 느꼈다. 뭐야, 일본 느낌 물씬 나는 사원에, 호수에, 울창 앤 번듯한 숲길에, 트레이닝코너에, 자연생물들 모임에 이 양반 까면 깔수록 매력있는 양반이었네?? 


나무다리와 벤자이텐사원

 

 사실...내가 알고 있는 
이노가시라공원의 매력은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일본 100대 명소라는 점
하나였다. 그리고 그 대표 사진에는 늘 오리보트들이 호수에 둥둥 떠다니곤 했다.
하지만 늦여름의 이노가시라상도 충분히 매력적이었고 가을과 겨울,
그리고 대망의 봄의 이노가시라상의 얼굴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리보트가 있는 곳까지 쭉 걸어서 기치조지역까지 갔다. 다들 잘 알겠지만 기치조지는 일본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동네 1위로 유명하다. 이유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분명 이노가시라공원이 한몫 톡톡히 할 게 분명하다! 일본에서 어딘가 공원을 방문하면 조경이 아름답군, 깔끔하군, 이 정도 감상평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만은 달랐다. 도쿄에 살면 이런 기분일까? 를 상상해 보게 되고 여기 거주하는 주민의 기분으로 공원을 즐기고 그 날의 풍경과 날씨를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스러운 감성은 아마 이런 거구나 싶었다. 긴자, 신주쿠, 시부야 등 이런 화려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곳도 물론 흥미롭지만, 내가 자꾸만 오고 싶은 도쿄는 이곳이었네! 싶었다. 그만큼 좋은 공원은 사람들의 삶에 있어 큰 혜택이고 복지다. 충분히 살고 싶은 이유가 된다. 

 

 일본 갬성 좋아하는 사람, 정갈하면서도 곡선미가 있는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도쿄 살아보기 체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 <이노가시라공원>을 찬찬히 걸어보자. 그 날의 풍경에 마음에 담아지고 담아진 만큼 여유가 생길지도 모른다! 

왼쪽) 내가 생각하는 이노가시라공원 모습, (가운데, 오른쪽) 내가 실제로 본 오리보트 모습(우리 더워서 좀 쉴게~느낌)


 잠깐! 금요일이고 하니 여유가 있다면 아래 사진도 즐겨주시길~

 녹색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서 봐도 피로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하! 

 앞서 말한 숲길과 귀여운 청소차 그리고 이노가시라공원 분위기에 어울리는 공원 내 카페, 울창하다 못해 꽤 거대한 나무, 여유를 즐기며 벤치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는 주민들 등등 사진을 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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