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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Choi Dec 31. 2018

한결 같고 꾸준한 플레이의 리듬

올해 읽었던 책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두 권 고르라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과르디올라 컨피덴셜>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나의 이야기>다.


제목에서 명백하게 알 수 있듯이, 두 명의 축구 감독의 전기를 담은 책들이다. 27년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3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이끌어낸 알렉스 퍼거슨이 직접 쓴 자서전과, 10년간 FC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 멘체스터 시티에서 7번의 리그 우승과 2번의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한 펩 과르디올라를 관찰하면서 써내려간 전기 – 라고 거창하게 소개해봤자 축덕들만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아무튼 굉장히 잘하는 감독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연예계에 유재석이 있고, 집밥에 백선생이 있다면, 축구 감독의 세계에서는 가장 우승을 많이 한 이 두 사람이 있다고...


리액션 좋으신 분...
하도 우승을 많이 해서 기사 작위까지 받으신 알렉스 퍼거슨 경...


두 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축구를 정말 사랑하고, 엄청난 승부욕을 가지고 있고,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여 200%의 능력을 끌어내는 데 귀재이고... 이런 식으로 하나씩 적다가는 한도 끝도 없는 지루한 결과론이 되겠죠. 온갖 위대한 인물들의 전기들처럼 뛰어난 리더십과 천재적인 전술과, 어쩌구 저쩌구.


다행히도 이 이야기들은 조금 더 실용적이고 담백하다.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처진 미드필더 - ‘피보테’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라커룸에서 영향력이 큰 선수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와 같은 정말 실용적인 축구와 리더십의 지식들을 나열하고 있달까. 마치 요리책에서 닭볶음탕을 하기 전에 닭을 우유에 재워두면 잡내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게다가 호날두를 영입하기 위해서 스카우터를 3년 전부터 파견해 그의 모든 습관을 파악했던 이야기나, 데이비드 베컴에게 축구화를 집어던진 건 실수였지만 팀보다 앞서는 선수는 없다고 선언하는 부분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야화들도 깨알같이 적혀있다.


너의 머리 속에는 무엇이 들었니? 라고 온화하게 커뮤니케이션 하시는 친근한 할아버지랄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 해 동안 나를 계속해서 일으켜 세워준 건, 아래의 두 문장이다.


"나는 6시나 6시 15분이면 일어나 7시에 15분 거리의 연습장에 도착했다. 그게 내 버릇이었고 일과는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 알렉스 퍼거슨>


"바이에른은 아직도 한결같고 꾸준한 플레이의 리듬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과르디올라는 그걸 달성하면 운에 기댈 필요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과르디올라 컨피덴셜, 마르티 페라르나우>



두 번의 이직을 하고, 새로운 분야에 새로운 역할로 계속 새롭게 도전해가면서 처음 사회 생활을 시작할 땐 상상하지도 못했던 즐거운 경험들을 해나갈 수 있는 건, 9할 이상, 아니 사실 거의 대부분이 운이거나, 우연이거나, 선물로 주어진 것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해서 뭔가를 이룬다는 것은 그저 선물 포장을 실수 없이 잘 뜯는 정도랄까.


그러니 나는 내 플레이의 리듬을 찾는 것에 집중하면 될 것 같다. 압박이 심할 땐 잠시 공을 뒤로 돌린다든지, 공을 뺏기면 바로 다시 압박한다든지, 빠르고 촘촘하고 집중적인 15번의 패스로 골 앞까지 도달하려고 노력한다든지. 그리고 전반전에 두 골을 먹더라도 후반전에 우선 한 골을 따라잡자고 생각하는 자세라든지.


아참, 알렉스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비법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후반 15분을 남기고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고.





일단은 글을 한 편씩 꾸준히 쓰는 것부터... 아니 이건 좀 너무 거창한 리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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