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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an 14. 2024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표현의 중요성

태어나보니 아버지는 절약이 생활이 된 짠돌이셨다. 항상 조금의 낭비에도 혼을 내셨고, 별 의미 없는 지출에 혼을 내셨다. 아마 태어나 살아오시면서 대한민국 격동기를 몸으로 겪은 세대이기에 더욱 그것이 문신처럼 각인되어 행동에서 나타나는 사람과 같았다.


어쩌다 보니 아버지는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가족들과 외식하는 것도 싫어하셨고 결혼을 하고 집안의 행사에도 외식을 하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우셨다. 결혼 전 매형들이 생기고 가족 여행이라는 것을 계획하고 떠난 제주도 가족여행을 떠났다. 일정마다 아버지는 화를 내셨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회를 먹자고 저녁 식사를 예약한 식당에는 가지도 못했고 결국 모두 불편하게 숙소에서 밥을 해서 먹었다. 다들 이해할 수 없다고 왜 가족여행을 기분 나쁘게 고집을 피우시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제주도 여행을 끝으로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여행을 가지 않기로 하였고, 부모님과 여행을 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마음이 넓은 아내가 아버지의 성격을 파악하였다. 그래서 집에서 아내가 부모님의 생신상과 어버이날 저녁상을 준비하게 되었다. 매번 메뉴를 고민하고 우리 집에서 대가족의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행사를 치르는 것이 되어버렸다. 어제는 아버지의 생일이라서 우리 집에서 미국에 있는 조카 1명을 제외하고 15명의 저녁식사를 하였다. 부모님도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끝없이 말을 하시는데 많은 말 중에 칭찬이나 고마움의 말이 아니라서 아내는 서운해하였다. 마음속 고마움이 있을 텐데 표현이 민망하시다고 믿고 있지만 이왕이면 감사의 말로 서로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항상 따라왔다.


아무튼 매번 말하지 않아도 고마움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표현하지 못하고 세월을 보냈는데, 아내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않고 지나가니 막상 수고하고도 서운한 감정이 컸을 것이다. 부모님은 갈수록 어린아이와 같이 말하시고 고집도 피우시고, 나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세월을 보내고 나니 이제야 말로 표현하고 감정을 전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가족이라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오해할 수 있고 서운한 감정이 쌓일 수 있으니 쑥스럽지만 조금씩 표현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하는 하루였다.


05 하루의 끝에는 자기 자신을 칭찬하세요 p.41

일을 마친 뒤 마음이 느긋해지려면 자기 효능감을 갖고 '온'의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 온과 오프를 제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앨버트 반두라가 제창한 개념으로, 쉽게 말해 '나는 할 수 있다', '나라면 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누구나 자기 효능감을 높이고 싶을 것입니다.

《쉬는 기술》(니시다 마시키, 유노북스, 2023.11.15.)


오늘 하루 고생한 아내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의 일부이겠지만, 오늘은 좋은 아내를 만난 나를 칭찬하고 아내에게 살면서 갚아나가야 할 부채가 있음을 기억하게 하는 하루이다.

"감사합니다. 당신과 결혼한 것이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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