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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Feb 09. 2024

내 마음대로

단발머리

점심 식사 후에 바로 머리를 자르러 갔다. 웬만하면 머리를 감고 다시 머리를 자르고 하는 미용실은 점심 식사 후 바로 가지 않지만 예약이 어려워서 점심 약속 후 방문하는 것으로 예약을 해서 가족 점심 식사로 갈비 정식을 먹고 미용실로 향했다. 여전히 나의 머리 모양인데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구체적으로 여긴 이렇게 해주시고 저긴 저렇게 해주세요 등의 요구사항이 없다. 무뚝뚝한 아저씨같이 미용실에서 말을 하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간단히 어떻게 머리를 자를 것인가 이야기하고 머리를 감는다.


새로 온 미용실 어시스트 남성분 손아귀 힘이 좋다. 머리를 감으며 두피 마사지를 해주는데 점심을 많이 먹어서 속이 부글거린다. 오늘따라 물 온도는 왜 이런지 뜨거웠다 차가웠다 수시로 변하는지 남성분은 연신 죄송하다고 하는데 얼른 끝내고 머리 감는 것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뿐이다. 걱정스러운지 물 온도가 어떠냐는 질문에 항상 나는 괜찮다고만 대답한다. 그저 뒤로 기대는 자세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과묵한 미용실 단골입니다 p.146

나는 정말이지 그 긴 시간 동안 남의 자식 자랑이나 낯 모르는 손님들의 가정사 같은 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두통이 올라와 지금 미용사가 만지는 게 내 머리인지, 남의 머리인지조차 헷갈릴 즘에야 드디어 중세 유럽의 고문 의자처럼 느껴지던 유압 의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머리는 미용사가 바뀌었는데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는 그 미용실에 가지 않았다.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남인숙, 21세기북스, 2019.04.26.)


지금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를 기르고 있다. 옆머리가 자라면서 귀속으로 들어가서 귀를 간지럽히는 것과 머리를 말릴 때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된다는 것 이외에는 큰 차이를 모르겠다. 직장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머리를 기르고 있냐고 묻는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머리 좀 자르라고 말하기도 한다. 평소에 나에 대해 관심도 없었을 많은 사람들이 자란 나의 머리를 보고 다양한 의견을 주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한 번도 머리를 길러본 적이 없이 짧은 머리로만 살았구나 되돌아볼 뿐이다.


여전히 내성적이라 내 머리 모양을 어떻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차라리 머리를 기르니 미용실에 자주 가지 않아도 되니 마음은 편하다. 나이가 많으신 부모님은 볼 때마다 머리를 짧게 자르라고 하실 테이고 또 더워지면 언제 마음이 변해서 짧게 머리를 자를지 모르지만 뭐든 나는 변하지 않고 나일뿐이다. 나는 어떻게 기억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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