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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Mar 06. 2024

나는 멍청이

노래 가사도 있군요

"범인은 절름발이다!"

예전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1995,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영화를 보려 극장 입구에서 줄을 선 사람들에게 이렇게 스포를 하던 기억이 생각난다. 사실 남들보다 결과를 미리 알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쾌감을 준다.


"나는 멍청이~"

조직의 정보를 남들보다 하루나 단 몇 시간 전에 알게 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조직에서 모르는 게 없는 사람처럼 잘난 척을 했던 기억으로 지금도 창피하다. 사실 착각은 자유이고 누군가는 끝까지 내가 잘났다고 믿으면서 살다가 죽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속 편하게 그럴 수는 없었다. 눈칫밥 경력이 20년이 넘은 대한민국 직장인이라 돌아가는 분위기를 모른척할 수는 없었다. 그게 나의 염치의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했다.


"뭐 이딴 발령이 있어?"

사실 인사발령이 날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그 인사발령이 어떤 방향으로 날 것인지는 인사에 관여하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사실은 인사는 경영상 보안사항이고 나름 윗선의 의중과 사내정치가 복잡하게 엮여 있다. 인사발령이라는 결과를 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는 경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모든 발령 후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피해를 보는지는 관심이 없어도 알 수 있다. 사실 잘 돌아가는 조직인지 아닌지는 인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인사가 만사다."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다양한 생각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조직의 일관전 목적이라는 것이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수많은 의견과 각자의 이해타산이 충돌하여 일종의 '질서'라는 것이 필요한 시기가 존재한다. 결국 시스템이 조직을 유지할 수 있는 일은 '인사 관리' 밖에 없지 않은가 싶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사람들과 좋은 뜻을 가지고 개인들의 건강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라면 좋겠지만, 그런 꿈과 같은 조직은 '천국'이라는 가본 적 없는 곳에나 존재하지 않을까 상상만 해본다. 보통 과욕을 부린 사람들의 구속이나 라인에서 숙청되어 퇴직하는 경우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주식투자에서 리스크를 줄일 방법은 무엇일까? p.385

업계의 선배 한 분이 남긴 말이 있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음'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지 않는 것은 '나태함'이다. 또한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평온함'이라면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려는 것은 '용기'이다.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을 '지혜'라고 한다."

투자자에게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 둘은 막대한 전문지식보다도 더 소중하다.

《주주환원 시대 숨어있는 명품 우량주로 승부하라》(김기백, 세이코리아, 2024.01.29.)


이미 많은 선인들이 비슷한 고민과 방황을 하며 살았던 것은 아닐까 싶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바꿀 수 있는데도 바꾸지 않는 나태한 결정을 내리는 것도 반복된다. 그래서 나의 인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향으로 살아가려면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하는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해도,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조금 더 지혜를 갈구하면서 살아가면 멍청이에서 벗어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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