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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Apr 18. 2024

웃고 시작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기겠지

아침부터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막다른 길에서 마주쳤다. 그래서 빙긋 웃었다.


"아침부터 이 길이 아니었나 싶다."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제일 보기 싫은 1801호 아주머니와 단 둘이 되었을 때부터 오늘 일진이 별로라고 생각했다. 출근해서 사무실로 가는 막다른 곳에서 직장의 대표가 아침부터 사람들을 우르르 끌고 다니면서 순시를 하는 곳을 지나 부서에 도착했다. 가끔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과 무관하게 피할 수 없는 길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다. 잠시 멈칫하다가 웃고 지나친다. 과거에는 얼굴에서 싫은 티를 내고 돌아왔겠지만 이젠 미소 지으면서 멀어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오늘 이 3명을 모두 만난다면 로또를 사겠다."

직장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세 명이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이 세 명을 모두 만나는 날은 더 이상 재수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로또를 샀다. 물론 로또는 당첨된 일이 없고 계속 이 세 명을 피하며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래도 하루의 남은 재수 없는 일들을 로또가 가져가 더 이상 재수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로또는 당첨되지 않은 것은 이 세 명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여전히 그들도 나와 함께 직장에 있다.


"인생은 회전목마!"

돌고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인생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돌아올 때 민망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의 도덕적 가치를 벗어난 일에서 항상 멈추게 되고 다시 자신의 길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해결되는 일도 있고 해결할 수 없는 일도 만난다. 그때마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조금이라도 성장하며 자신의 길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눈 떠보니 후진국 1-반복되는 대형 참사 p.187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선조 27년 9월 《조선왕조실록》에 ‘각자 살길을 도모하라’는 말이 나옵니다. 조선시대 가장 무능한 왕으로 알려진 선조가 임진왜란 당시 백성에게 남겼던 말이라고 합니다. 전란으로 수많은 백성이 목숨을 잃고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야밤을 틈타 한양을 버리고 북으로, 북으로 도망가면서 백성에겐 ‘각자 알아서 살길을 도모하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왕이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며 했던 말이 지금 다시 유행합니다.

《경제신문이 말하지 않은 경제 이야기》(임주형, 민들레북, 2024.01.15.)


내 인생 누가 대신 살아주지 못하고, 나의 결정을 되돌릴 수도 없는 세상이 가끔 야속하기도 느껴진다. 그래도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길을 도모해야 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변함이 없다. 가끔 억지로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하며 오늘도 웃고 시작해 본다.

"오늘 억지로 미소 짓더라도 미소 지을 일만 가득한 하루가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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