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명청교체기의 국가 대전략 실패
17세기의 실패가 주는 교훈 p.59
기업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토론이 결여된 제왕적 경영은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PEF(사모펀드) 분야에서 성공한 회계사가 한 말이 충격적이었다.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정상화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고 쉽다. 오너(Owner)가 내린 지시를 모두 백지화하면 된다." 약간의 과장이 있긴 하지만 기업이 부실화된 이유가 귀를 닫고 군림하는 비합리적인 오너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병자호란의 실책은 기업에도 기업 대전략(Corporate Grand Strategy)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교훈을 준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기업 환경에 적응하려면 대외 환경적 요인을 평가하고 예측해 기업 대전략을 주기적으로 수정하고 기업의 일상적 의사결정이 기업 대전략의 연장선 위에 있는지 점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최중경, 믹스커피, 2023.11.21.)
살다 보면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반복되는 느낌을 받는다. 작은 대한민국에서도 각 조직들이 비슷비슷한 경우를 발견하는 이런 경우는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현실판 지옥이라는 등 참담한 비유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최근 드라마 <연인>에서 병자호란 시기 백성들의 비참한 삶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아 우리 사회 비극의 원천이 어디일까 궁금하기도 하다.
최근 우리 조직의 오너 자녀 출신의 리더와 비슷한 다른 조직의 우두머리를 발견했다. 관상으로 봐도 비슷한 사람이 각 조직의 대표로 앉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을 채용할 때 따져보는 조건들이라는 게 있는데 이들의 객관적인 능력보다는 전 대표의 자녀라는 점 이외에는 딱히 특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현재에도 조직에는 나중에는 대감마님이 되겠지만, 왕자님, 공주님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최근에 발견한 저쪽 조직의 대표 역시 우리 조직의 대표와 유사하게 대표로 있던 부모가 급하게 구속되어서 자격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급하게 리더가 된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여전히 능력보다는 조선시대의 왕권이 세습되듯 반상의 법도와 같이 혈통에 의해 권한이 세습되는 곳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별 능력이 없어 보이는 우두머리의 등장에 조직의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한다. 그중에 기존에 권한을 빼앗긴 사람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점에 감사를 요청하거나 수사를 요구한다. 뭐 알다시피 진행과정에서 누구를 소개받아서 누구랑 저녁에 만나서 모의를 했다는 등의 듣고 싶지 않은 제보가 따르지만 자잘한 혐의에 관해서만 형을 받으면서 대표직의 자연스레 승계가 이루어진다. 그 와중에 증인으로 증언을 한 사람들은 대놓고 조직 내에서 불이익을 받으면서 사라진다. 조선시대와 같이 고문을 가하다가 죽이진 않지만 심리적 고통을 겪고 사회적 사형을 맞이한다.
최근 우리 조직은 사람이 많아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오너의 명으로 인원 조정을 위한 외부 컨설팅에 들어갔다. 우리 조직도 오너의 친인척들이 뜬금없이 하나씩 낙하산으로 채용되어 부서별로 발령되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출근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쓸데없는 잡무를 만들지 않는 월급루팡들이 실존하는 상황에서 인원 조정 컨설팅 결과는 오너의 입김대로 결론이 나겠지만, 귀 닫고 자기주장만 펼치는 오너와 월급루팡임에도 염치를 잊은 친인척들이 진짜 조직을 위한 조정의 대상이 아닐까 헛웃음이 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나는 잘하고 상대는 잘못하고 있다는 세력 간의 말겨루기 경연이 매일 펼쳐지지만 기득권은 큰 변화 없이 흘러간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끼리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에서 개선을 부르짖기보다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편에서 작은 권한이라도 가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옳은 선택은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간혹 차라리 전쟁이 나서 전체적으로 물갈이가 되는 게 이상적이라는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그래봐야 지옥 같은 삶을 현실판 지옥으로 만들면서 공멸하는 것이기에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비가 지나가면 반짝 등장하는 무지개처럼 산적한 문제들이 술술 풀리는 경우가 있다. 비가 와서 미세먼지가 씻기는 날처럼, 희망 없이 살아가는 것보다는 내일은 빛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가 현재를 살아남게 만든다. 희망을 버리고 염세주의로 살아가느니 문제에 대안을 고민하고 개선하는 인생이 지옥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낮다는 생각이다. 이런 작은 움직임들이 인생의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무지개를 보며 생각한다.
"해야 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