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ader May 20. 2024

삶의 무게가 느껴지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제는 나의 무거운 옷을 보내준다.


"이제 이 옷은 못 입을 것 같아."

옷장에 옷들을 정리하다가 예전에 참 열심히 입었던 외투를 발견했다. 한동안 입지 않았다. 이제는 무거운 옷은 입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과거처럼 멋 부리는 것보다 몸이 편하지 않으면 입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나이가 들면 고무줄 바지만 입는 거 아닐까 추측한다. 옷을 정리하다 보니 이제는 가볍고 쉽게 늘어나는 옷만 입는 나를 발견한다.


"어머니가 쓰시던 짐은 다 정리하셨나요?"

모친상을 다녀온 팀장님에게 어머니 유품은 다 정리하였는지 물었다. 팀장님 말이 어머니는 참 이불도 무거운 것을 사용하셔서 정리할 유품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나마 사용할만한 것들은 기증했지만 엄청나게 많은 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도 많은 짐이 있다. 그래서 짐이 우리 집에 사는 건 아닌가 가끔 집의 주인이 혼란스럽기도 하다. 매번 치우고 정리한다고 해도 어느새 짐이 늘어나 자리를 잡고 있다. 잠옷을 선물 받았더니 그에 걸맞은 침대를 바꾸기 시작해 결국 집을 바꿨다는 디드로 효과의 무서움이 느껴진다.


"추억이 담겨 있지만 사실 눈에서 멀어지면 기억도 못할 것들과 함께 한다."

추억이 남아서 버리지 못한 옷들이 있다. 이제는 몸에 들어가지도 않을 옷들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지도 못하고 남아 있다. 그러다가 이사를 할 때 한꺼번에 정리가 된다. 사실 보이지 않으면 기억도 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애착으로 수많은 짐을 두고 사는 것 같다. 나의 몸은 과거와 다르게 변화하여 과거의 옷들은 입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굳이 나는 왜 입지도 못할 옷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싶은 날이다.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p.50

방종이 아닌 진정한 자립을 바탕으로 자유를 만끽하며 사는 사람은 강하다. 마음의 방에 시원한 바람이 스치듯, 창문을 활짝 열고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라. 새로운 사랑을 하고 싶다면, 바로 지금 시도하라. 세상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면, 오늘부터 노력하라. 우리가 살아 숨 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가슴에 돌을 안은 채 매일 앞만 보고 달린다면 마지막 순간, 당신은 반드시 이렇게 읊조릴 것이다.

“나는 그저 성실한 바통 주자에 불과했구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 황소연, 21세기북스, 2024.02.14.)


영원히 살 수 없고, 모든 것을 소유하면서 살 수 없다. 그런데 쓸모없는 욕심으로 주먹을 쥔 상태로 다른 것을 소유하고 싶어 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싶다. 꽉 움켜쥔 손으로는 아무것도 잡을 수 없다. 결국 나는 인생에서 다음 주자에게 바통을 넘겨주기 위한 주자에 불과한데 평생을 뛸 것처럼 바통을 꽉 쥐고 살아온 것 같다.

"가볍게 움켜쥔 손을 펼쳐 새로운 행복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하루를 즐기도록 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불편하다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