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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May 24. 2024

숙취와 안개

머릿속은 오리무중

앞의 건물이 흐리게 보이는 안개가 가득한 날처럼 머릿속도 안개가 가득하다.


"오늘 한잔 합시다!"

오랜만에 한잔 하자는 직장동료와 오랫동안 술을 마시는 기회를 보내고 난 다음날 안개가 가득한 날씨처럼 내 머릿속도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참 같은 직장에서 오래 일을 했는데 사는 방식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보고 싶은 모습만 보고 듣고 싶은 소리만 들으면서 지내와서 내적인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물론 그런 관계로 끝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도 있지만, 친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엄청 친한 것도 아닌 사이가 딱 들어맞는 정의라고 생각하는 동료였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요?"

사실 같은 부서에서 같이 근무한 경험은 없어서 타인을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가 전부였다. 가끔 지나치면서 인사말은 하지만 그렇다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 그냥 생각이 많은 사람인가 싶었다. 그러다가 단 둘이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속에 담아 두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데, 속 시원하게 답할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현재의 나의 상황은 이렇고 내가 보는 관점에서 이런 면이 아닐까 추측만 해본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면 덮어두고 잘못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여러 면에서 왜 그렇게 사는지만 추측하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사람이라는 결론만 나온다.


"사람은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사람이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다양하고 매슬로의 욕구단계이론을 덮어두더라도 타인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욕구가 의식주의 기본적인 욕구 이후에 발생한다. 어떤 이는 남들보다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고, 어떤 이는 남들보다 유능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다. 물론 잘 살지 못하면서 잘 사는 모습을 과시하는 유형은 사기꾼들의 뉴스를 통해 쉽게 보이고 개인적으로 보고 싶지도 않다. 자신의 능력을 주변에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능력과 자신의 지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나도 잘 나가는 누군가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 점점 무슨 의미가 있냐 싶지만 여전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기본은 불편한 것이다? p.20

손│그렇죠. 결국 불편함은 노력이에요. 내가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그런데 이 불편함이 지속된다는 건 한편으로는 내 몸에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처음에 그 노력은 한 사람의 습관을 만들지만, 그다음부터는 그 한 사람을 만들지요. 습관이라는 건 처음에는 얄팍한 거미줄 같아도 시간이 지나면 강철 같은 쇠줄이 되지요. 제가 강연 중에 가끔 이런 얘기를 해요. 게으른 자는 하지 않은 일로 평가받고, 부지런한 자는 한 일로 평가받는다고요. 부지런한 사람은 눈을 치워 길을 내며 가는데, 게으른 사람은 그저 눈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앉았다고요.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손웅정, 난다, 2024.04.20.)


대한민국은 학연, 지연, 혈연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문화를 살아왔다. 그래서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내가 인마 너희 서장이랑 인마 어저께도 같이 밥묵고 싸우나도 같이 가고...'라는 최민식(최인현 역) 배우의 명대사가 나온 거 아닌가 싶다. 그래도 잘 나가는 누구를 아는 사람보다는 스스로 멋진 사람이 되는 게 더 폼나는 거 아니냐는 속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내가 잘 나가면 사람들이 다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자랑하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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