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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n 03. 2024

원하는 대답을 듣는 법

우문현답은 없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은 없다.


"알딱깔센"

알아서 딱 깔끔하게 센스 있게 잘해라. 가장 무책임한 요청이 아닐까 싶다. 보통 이런 요청에 적절한 응답을 주는 사람은 정말 능력자가 아닐까 싶다. 말처럼 알아서 잘하는 것은 사무실 눈치와 내공이 쌓여있는 고수여야 가능하다. 그래서 이런 요구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오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이란 게 언제나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지 않고 가끔 주파수가 어긋나서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경험도 하면서 맞춰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척이면 딱이야!'는 정말 손발이 맞는 경우이다.


"이건 어떻게 처리하였나요?"

과거 어떤 방식으로 처리했는지 묻는 것은 기본적이다. 보통 그럴 때는 근거나 법령은 이것이고 이것에 따라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다고 대답해 주는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결국 알아서 찾아보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힘 빠지는 대답을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다시는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해도 도움이 되지 않고 나의 시간만 빼앗기고 옆에서 아는 척하는 꼴만 보게 되니 드라마의 가장 얄미운 시누이 캐릭터의 현실판이다. 드라마였다면 김치 싸다구라도...


"무엇을 요청해도 답이 안 온다."

역으로 하나하나 지시한 내용을 확인하는 경우 속이 터질 때도 있다. 크게 보면 일의 아주 적은 부분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하나하나 질문하면서 빨리 피드백 달라고 하면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일을 시키지 말라는 것인가 의심하게 된다. '이걸 제가 왜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지만 피드백이 너무 느려서 가끔 그냥 내가 다 혼자 원초적인 방법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가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선사항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데이터를 요청했는데 답이 없으면 저 인간은 왜 있는 것일까 싶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 명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신은 꼰대가 아닙니다 p.98

꼰대의 어원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설이 있는데 하나는 번데기의 경상도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로 번데기처럼 주름이 많은 노인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였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프랑스어로 백작을 의미하는 콩테 Comte에서 유래했다는 것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에 친일파들이 일본의 작위를 받은 후 자신들을 자랑스럽게 꽁데라고 불렀다는 설로, 이때 친일파들이 하는 짓을 꼰대짓으로 불렀다고 해요. 이런 불확실한 어원 말고 공식적인 기록은 1961년 동아일보에 ‘하층민이 나이 많은 남자를 지칭하는 말’로 처음 등장합니다. 이후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선생님을 가리키는 은어로 쓰이다가 지금은 이 ‘꼰대’라는 말에 행위를 뜻하는 ‘질’을 붙여 ‘꼰대질’을 ‘자기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 설교를 늘어놓는 것’으로 지칭합니다.

《똑똑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질문하는가》(이시한, 북플레저, 2024.01.24.)


가끔 내가 너무 급한 것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의 시간도 타인의 시간도 소중하다. 그래서 소중한 시간을 대기시간으로 소비하는 것보다는 빨리 일을 털어내고 싶어 하는 성향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요청하고 정확한 기한을 정하고 전파하면서 월요일을 시작한다. 어젯밤 꿈에서 똑같은 삽질을 반복하다 깨어났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도르마무에게 끝없이 반복하여 죽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은 기분이었다. 영화에서는 도르마무가 반복되는 상황에 먼저 지쳐 닥터 스트레인지와 협상을 하지만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런 반복을 하는지 질문하면서 아침을 맞았다. 왠지 삽질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언과도 같다. 차라리 끝없이 돼지를 잡거나 화장실 꿈이라면 좋게 해석이라도 하련만, 역시 월요일이 주는 중압감은 직장 생활을 꽤 오래 하여도 여전하다.

"스스로 뭐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게 월요일 오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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