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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n 05. 2024

아아아 나는 멍청이

오타는 나의 적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범인은 나였다.


"보고서에 오타 확인하고 대응 잘 정리하고 올려!"

보고서를 만드는데 항상 문제가 생기는 게 오타가 아닐까 싶다. 매번 다시 확인하고 결재를 올리는데 꼭 오타가 발견돼서 곤욕스럽다. 특히나 오타에 민감한 대표가 올 때마다 불안하다. 가끔 끌려가서 대면에서 지적질로 난도질당하고 돌아왔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나의 보고서의 오타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름 확인하고 결재를 올리지만 반복되는 수정의 수정에 꼭 후에 오타를 발견하면 귀신이 어깨에 올라탄 듯 등골이 서늘하다.


"숫자 틀리는 거 없는지 확인하고, 제목의 포인트와 소제목의 포인트는 1포인트씩 더 키워!"

꼼꼼하게 나의 서류를 검토하는 빨간펜 팀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기획과 보고서 편집 업무를 오래 하셔서 보고서에 대한 자신의 틀이 확실하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절대 굽히거나 변경하지 않는 고집도 보인다. 초등학교 때 학습지 선생님에게 배웠으면 이렇게 가르쳐주셨을까 상상하게 된다. 꼼꼼하게 검토하여 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프레임의 변화를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커서 언제나 같은 틀 안에서만 보고서를 만들게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답답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팀장이 결재하지 않으면 나의 문서는 완성되지 못한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수정의 수정을 하다 나의 원본은 잊힌다. 나의 창작물은 아니니 애착을 두지 않기로 했다.


"이걸 문서라고 만든 거야!"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조직 내에서 가장 빨리 승진한 처세술의 달인이라고 불리던 분이 관리자로 왔다. 전자결재가 아니라 대면결재하던 시절이었는데, 결재 문서를 사람의 얼굴에 던지는 사람을 직접 보는 경험을 했다. 항상 자신처럼 노력하는 사람도 없고 모두 기본이 없다고 말하시곤 했다. 잘 나갈 때 사람들을 엄청 괴롭히고 자신이 하면 모든 게 정당하다고 주장하시며 자신만이 행복한 시절을 보내셨다. 그렇게 천년만년 잘 나갈 줄 아셨던 그분은 모두에게 무시받는 쭈구리로 말년을 보내셨다. 사내 정치를 잘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이 더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이 분을 통해 배웠다. 가끔 지나가다 만나지만 여전히 진심을 알고 있으니 전혀 반갑지는 않다. 한결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분을 통해 배웠다. 상황이 안 좋았을 뿐 나쁜 사람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도 안 통하는 진짜 나쁜 사람도 있구나 싶다.


03. 빚은 지렛대인가, 덫인가 p.27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에서는 빚에 대한 담보는 자기 자신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으로 유명한 바빌로니아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흐름을 이어받아 중동지역의 강대국으로 번성하였다. 왕국의 번성과 함께 거대한 도시들이 지어졌는데, 이때 많은 노예들이 투입되었다. 어느 기록에 의하면 노예의 1/3은 전쟁포로이고, 2/3는 빚을 갚지 못해 노예가 된 사람들이라 한다. 무시무시한 빚의 징벌이다. 우리의 뇌는 당장의 기대와 기쁨으로 미래에 올 수 있는 고통을 망각한다. 어쩌면 애써 무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고대부터 이와 비슷한 사례는 너무나 많다.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 John Templeton은 “자본 투자 거래에서 가장 위험한 말은 ‘이번에는 모든 상황이 다르다.’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역사는 이야기한다. ‘이것 하나는 항상 기대해도 된다. 그것은 기대하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나태한 투자》(김주완, 가넷북스, 2024.03.27.)


인생을 살아가면서 빚을 지며 살아간다. 부모님에게는 넘치는 사랑을 빚지고, 누군가에게는 조건 없는 친절을 빚지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과분한 환대를 빚지며 살아간다. 감당하지 못할 빚도 있지만 빚지고도 행복한 빚도 존재한다. 오늘은 오타도 관대하게 넘어가는 여유를 가지길 소원합니다. 듣기 싫은 지적질도 없는 하루가 되길 소망합니다.

"직장을 넘어서 세상 모두 빚진 마음으로 친절을 전파하는 세상을 꿈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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