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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n 07. 2024

추억이 묵은 짐이 되어

짱박아둔 것들에 관하여

도대체 이건 언제부터 우리 집에 있었던 것일까?


"작은 집에 저 많은 짐이 어디에 있었나 싶어."

예전 뉴스에서 홍수에 집이 쓰러지는데 작은 집에 수많은 세간살이가 떠내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내는 우리는 참 많은 물건과 함께 살아간다고 말한다. 우리도 오랜만에 주방 서랍과 방을 정리하는 데 언제부터 우리 집에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잡동사니가 가득 나온다. 나는 왜 일회용 젓가락을 모으고 있었나 나의 햄토리와 같은 저장 욕심에 놀랐다. 학교에서 '잘했어요' 스티커를 모으던 습관이 저축으로 갔으면 좋으련만 이상한 것을 모으는 습관으로 남아 버렸다. 한편으로는 정말 많은 물건들과 함께 살아가는구나 싶다. 사무실 서랍을 열어보니 클립이 가득하다. 코로나 시절에는 구하기도 힘들던 마스크는 이제는 서랍에서 떠나보내야 할 것 같다.


"분명 이사 올 때 많이 정리한 것 같은데..."

이사 오기 전에 방 하나만큼의 짐을 정리하고 이사 왔다. 하지만 이사를 마치고 짐 정리를 하는데 이것들은 도대체 어떻게 우리 집에 같이 왔나 싶은 짐들이 또 한 가득이다. 분명 이사하기 전 많은 짐을 정리했는데도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수많은 물건들이 잊혔다가 다시 나온다. 아이는 쑥쑥 자라서 아직 쓸만한 물건들은 조카에게 물려주고 몇 가지 물건은 나누고 버리고 정리해 본다. 하지만 박스를 열 때마다 이것들은 언제부터 이 박스에 보관되어 있을까 싶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은 꿈꾸지도 않았다."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처럼 집에 짐을 들여놓지 않고 모델하우스처럼 사는 삶을 꿈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많은 잡동사니가 꼭 필요할까 싶다. 언젠가 쓸지 모른다는 이유로 꼭 보관하다가 버리면 꼭 필요한 일이 생긴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보관하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 싶다. 과거의 음악 CD도 이제는 들을 일이 없어서 정리해야 하나 싶다가도 또 언젠가 추억이 떠올라 CD로 음악을 듣지 않을까 계속 고민하게 된다. 물의를 일으킨 가수의 음반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도 어떤 것을 보관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는 언제나 고민스럽다.


6. 만졌을 때 설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p.42

설레는 것을 만졌을 때는 몸이 ‘찌릿’하다. 온몸의 세포가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다. 반대로 설레지 않는 물건을 만졌을 때는 몸이 무거워진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버릴 것’이 아닌 ‘남길 것’을 고르는 것이다. 설레는 물건만 남기자.

설레지 않는 물건을 버릴 때는 물건에게 ‘고맙다’고 말해주자. 나에게 인연이 닿아 집에 와준 물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작별 인사를 하면 물건을 소중히 하는 마음이 싹튼다.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곤도 마리에, 홍성민, 더난출판사, 2016.02.15.)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조언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쓸모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집을 무한하게 늘릴 수 없다면 언젠가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있던 짐들을 이제는 조금씩 정리해야겠다. 가끔 이것들은 언제부터 나와 함께 하고 있는가 하는 물건들은 그냥 눈 감고 정리하고 잊어버리는 게 나의 정리법이라 생각한다. 추억이 묵은 짐으로 아름답지 않게 기억되지 않도록 수시로 정리해야겠다.

"무엇을 집에 들일 때 꼭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 더 늘려야 집이 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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