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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n 09. 2024

단순한 게 나의 미덕

키오스크 앞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치즈스틱을 사러 패스트푸드 가게에 들어갔다.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어 선택하기 편해."

어느 순간 주문은 키오스크에서만 가능하다. 처음에는 키오스크가 영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막상 쓰다 보니 뒤에 기다리는 사람만 없다면 이런저런 메뉴도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며 다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는 사람을 마주하지 않고 편하게 선택하여 주문할 수 있어서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것을 더욱 편하게 생각한다. 하긴 자주 바뀌어서 우왕좌왕하거나, 피곤에 찌든 알바의 짜증을 보지 않아도 되니 장점도 있구나 싶었다. 인건비 상승을 핑계로 물은 셀프라는 말이 등장하더니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하는 것이 당연한 세상을 살고 있다. 물가는 오르는데 서비스만 줄어드는 것 아닌가 싶다.


"아, 새우버거 하나만 주문하면 되는데..."

키오스크에서 이런저런 주문을 마치는데 내 뒤에 줄이 몰리기 시작했다. 옆에 나보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 키오스크를 연신 누르는 데 추가주문 팝업에서 막히시는 것 같다. 얼른 자리를 뒷사람들이 주문할 수 있게 비켜주고 옆 키오스크에 다가가서 물었다. '어떤 거 주문하시나요?'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시며 새우버거를 주문하고 싶은데 돋보기가 없으신지 글씨가 잘 보이지 않으신 것 같다. 그래서 새우버거를 누르고 '햄버거만 주문하시나요?', '빵은 기본으로 하실 건가요?', '포장인가요?', '카드로 계산하시나요?'를 물으면서 대신 주문을 진행하였다. 보통 어르신들을 위해 카운터에서 주문을 받아주는 데 이곳은 무조건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라고 압력을 주고 있었다.


"친절을 강요할 없지만 불편을 강요받고 싶지 않다."

기업은 언제나 비용을 절감하여 이윤을 높이는 것에 집중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하면 외면받게 된다. 효율성을 고장 난 라디오처럼 반복하지만 정작 회사대표의 개판 치는 경영은 왜 관리대상이 아닐까 싶으며 개인적으로는 고객을 위한 사소한 배려가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한 것은 급여가 적고 일이 힘들기 때문이고, 손님들이 불편한 이유는 서비스나 품질 관리가 안 되는 이유일 것이다. 그래도 일하겠다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올 것이고, 배가 고픈 손님들은 계속 방문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어느 한쪽이 무너지기 전까지 이대로 유지되겠지 싶다.


용서는 결국 나를 위하는 길이다 p.192

용서는 이타적인 행위 같지만

사실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마음속에 있는 미움을 걷어 내는 순간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 없다.

미음과 화는 독을 생산한다.

이 독은 결국 자기 자신이 먹는다.

그리고 상대를 용서하는 순간

해독제가 만들어진다.

감정의 골이 얇든 깊든

적당히 신경을 끄고 용서하는 것이

나에게 이롭다.

《꽃길이 따로 있나, 내 삶이 꽃인 것을》(오평선, 포레스트북스, 2024.03.22.)


'스타벅스'는 여전히 직접 주문을 받는다. 그리고 주문하는 사람마다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여 음료를 주문한다. 손님들의 개별 취향을 반영하고 소통하는 것이 문화이다. 그런데 역으로 시즌별로 새로운 메뉴가 추가되어 일하는 사람들이 몹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모든 일에는 아직 각자의 수고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방식이 최선이라 정의할 수 없는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 아날까 싶다. 아내는 내가 나이가 들어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 주문을 하지 못하게 될까 봐 가끔 새로운 메뉴의 주문을 연습시켜 포장해 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다행히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로 개별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는 '썹픽'이 등장하여 개인적으로 칭찬하고 있다. 오늘은 적당히 신경 쓰고 보내고 싶다. 이번 주에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기를 포기하셨을 부모님께 맛있는 간식이나 사드려야겠다.

"복잡한 세상에 모두 취향은 제각각이지만 전 여전히 단순한 것을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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