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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n 12. 2024

냉동실의 오메기떡

냉동인간

냉동실에 갈치 대신 오메기떡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엄마, 이 갈치는 언제부터 여기 있던 거야?"

부모님이 이사를 하면서 냉동실을 정리하는 데 10년 전에 선물로 제주도에서 택배로 보낸 갈치가 그대로 얼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때 제주도에서 선물을 보내면 수협에서 항상 가장 큰 갈치를 골라 보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의 갈치가 아직 부모님 냉동실에서 발견되자 반갑기도 하고 비싸게 주고 산 갈치를 왜 안 드셨을까 서운하기도 했다.


"선물로 뭐 사가면 될까?"

해마다 제주도에 다녀온 사람들의 선물이 바뀌는데 감귤, 감귤 초콜릿, 한라봉, 오메기떡 등으로 제주도에서 사 오는 선물이 변하였다. 오랜만에 제주도에 다녀오는데 선물로 무엇을 사야 하는지 고민이다. 면세점 구경도 시큰둥하고 다들 면세 담배 사는 줄만 늘어섰다. 우리 집 냉동실에서 많은 음식이 얼어있다. 냉동실을 열어보니 오메기떡이 꽝꽝 얼어있는 것이 발견된다. 아 냉동실마다 제주도의 추억들이 남아 있구나 싶다.


"나의 책상 위도 많은 짐이 있구나!"

생활하면서 참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하면서 살아간다. 그래서 나의 책상 서랍에도 수많은 잡동사니들을 가득 보관하면서 살아간다. 언젠가 사용할 일이 생길 것이라고 쌓아두는 것들이 많이 있다. 언젠가 유행이 돌아와서 다시 입을 것 같아 보관하던 옷들은 유행이 돌아오지 않거나 유행이 돌아와도 사이즈가 변해서 보관만 하다가 버리는 게 반복된다. 사실 기억하고 싶은 추억은 잊어버리고, 잊고 싶은 기억은 오래 가슴에 품고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으뜸인 재산, 부동산 p.34

그때도 속임수와 도난을 막기 위해 수많은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 문서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조선의 토지매매문서, 즉 명문明文이다.

이런 서류는 예나 지금이나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옛날 재판의 결과를 기록한 결송문서를 보면 원본 문서를 잘 보관한 쪽이 이기는 게 보통이었다.

《조선사 쩐의 전쟁》(이한, 유노책주, 2024.01.02.)


생존을 위해 비축하던 습성은 변하지 않고 여전히 많은 것들을 보관하면서 살아간다. 정작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은 잊어버리고, 싫은 것들을 스스로에게 강요하면서 죄수같이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돌아보게 된다. 냉동실에 남은 오메기떡을 햇살 가득한 창가에 두고 녹인다. 해동이 끝나면 간식으로 먹기로 한다.

"나중에 병을 고치기 위한 냉동인간이 아닌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부제 미소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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