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전체 인원이 점심을 먹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꼭 이럴 때 자리를 비우고 사라진 사람들이 있어 점심 약속이 있는지 여기저기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영 불편하다. 사라졌던 사람들이 사무실로 들어오면 혹시 도시락을 싸왔는지 점심 같이 해도 되는지 묻고 우왕좌왕한다. 오늘 따로 약속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고 별 말이 없던 팀장님은 평소대로 당연히 같이 먹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사무실 내에서 여기저기 의견을 묻는 말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따로 묻지 않았다. 그런데 팀장이 자신에게 사전에 말하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표현한다.
"점심시간은 휴식 시간이니 따로 먹겠습니다."
처음에 이 사무실에 왔을 때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식사를 했다. 가끔 팀장님은 따로 약속이 있는 경우가 있어서 빠지는 일도 있지만 예전에는 다 같이 점심 식사를 하러 다니곤 했다. 그러다가 사무실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한 명씩 식사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였다. 도시락을 싸 오겠다며 한 명이 빠지고, 점심시간에 운동을 하겠다며 또 한 명이 빠지고, 사무실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때우겠다고 한 명이 빠지고, 모두 흩어졌다. 그러다가 점심시간에 팀장님과 나만 남아버렸다. 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전담 마크맨이 되었다.
"같이 식사하는 게 사실 불편합니다."
따로 식사를 하겠다는 직원들에게 팀장님이 안 계실 때 왜 같이 식사하지 않는 건지 물으니 평소에도 불편하고 굳이 식사시간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싫어도 억지로 같은 부서라고 점심마다 먹지도 못하는 내장탕이니 순댓국을 먹으러 다녔는데 많은 변화가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난 여전히 팀장님과 매번 김치찌개, 된장찌개 등을 먹고 다닌다. 아내는 맨날 점심에 찌개만 먹냐고 묻지만 내 의지는 아님을 알고 있다. 사실 최근 사무실에서 회식이라는 것도 보기 드문 풍경이 되어 버렸다. 사실 술자리에서 속내를 털어놓는 상황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술기운에 속내를 털어놓아도 서로 이해되지도 변화도 없다면 굳이 퇴근 후에 회식도 불편하기만 하다.
17세기의 실패가 주는 교훈 p. 59
17세기의 국가 대전략 실패는 미국, 중국, 일본 사이에 껴 있는 오늘날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에도 국제 안보 문제를 국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푸는 실책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업 관점에서도 합리적인 토론이 결여된 제왕적 경영은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PEF(사모펀드) 분야에서 성공한 회계사가 한 말이 충격적이었다. "부실기업을 인수한 후 정상화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고 쉽다. 오너(Owner)가 내린 지시를 모두 백지화하면 된다." 약간의 과장이 있긴 하지만 기업이 부실화된 이유가 귀를 닫고 군림하는 비합리적인 오너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최중경, 믹스커피, 2023.11.21.)
예전에 같이 식사를 하면 가족이라고 했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무조건 같이 식사를 하고, 우리는 가족이라고 강조하는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같이 식사를 해도 모두 각자의 의견이 있을 텐데 혼자 떠들고 불편하게 만든다면 앞으로 점점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했다. 같이 식사를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면 나이 들어서 외로울 수 있겠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