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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ader Jun 17. 2024

꽂히는 조언

알면서 외면하고 싶기도

좋아하는 일을 파고들어 성공한 게 아닐까?


"프라이빗 와인바는 뭐야?"

출근길에 새로 생긴 와인바가 눈에 들어온다.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 와인바라 생각하고 있었다. 와인바인데 앞에 형용사가 붙어 있다. 아내는 프라이빗 와인바라고 하는데 프라이빗 와인바가 무엇일까 궁금해한다. 그래서 주말 예능에서 기안84가 서울랜드 내 장터국밥집을 프라이빗한 맛집이라고 소개한 게 생각났다. 아무래도 은밀해 보이지 않아서 그냥 개인적으로 꽂히면 와서 와인을 마시라는 것으로 해석해 버렸다. 서울랜드를 코끼리 열차와 골프공 모양의 지구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려서부터 과천에 있는데 이름이 서울랜드라는 것도, 서울을 꽤 벗어나야 갈 수 있었던 것도, 늦여름이면 잠자리가 참 많았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역시 모두 같은 공간을 경험해도 모두 자신만의 다른 추억을 갖고 사는구나 싶다.


"그래도 기안 84는 성공한 사람이 아닐까 싶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들면 성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약간 말도 통하지 않고 무언가에 꽂히면 그냥 달려가는 돈키호테 같은 기안84의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참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노력하니 성공하는 게 아닐까 싶다. 두루두루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관심을 주고 집중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 아닐까 싶다.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희망한다."

아내와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도 우리 아이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아이들은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을 희망하는데, 그런 환경이 되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변화가 되지 않는다고 이미 판단하고 우울해한다고 한다. 과거 '나는 재벌 2세가 꿈인데 우리 아버지가 재벌이 아니어서 꿈을 이루지 못해.'라는 농담이 현실화되었구나 싶었다. 개천에서 용이 나오는 시절이 끝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들었지만 타인과의 비교 외에 할 일이 없어지는 느낌이라 막연히 웃을 수는 없었다.


노바디의 여행 P.185

그러니 현명한 여행자의 태도는 키클롭스 이후의 오디세우스처럼 스스로를 낮추고 노바디로 움직이는 것이다. 여행의 신은 대접받기 원하는 자, 고향에서와 같은 지위를 누리고자 하는 자, 남의 것을 함부로 하는 자를 징벌하고, 스스로 낮추는 자, 환대에 감사하는 자를 돌본다. 2800여 년 전에 호메로스는 여행자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태도를 오디세우스의 변화를 통해 암시했다. 그것은 허영과 자만에 대한 경계, 타자에 대한 존중의 마음일 것이다.

《여행의 이유》(김영하, 복복서가, 2024.04.17.)


인생을 탐험하는 여행자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아닌 사람으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우리의 인생이 어떤 종착지에 도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하면 자만을 버리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타인을 존중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유명한 역술인이 아니라서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도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를 좌절하고 살아가면 오늘보다 좋은 내일이 오기 어려울 것 같다. 기안84가 소풍 온 유치원생에게 한 조언이 왜 나한테 꽂히는지 모르겠다.

"인생 잘 살아야 한다. 이 험난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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