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만 남기고
아내가 도대체 어디부터 기억이 없냐고 묻는다.
"급식으로 마라탕이 나왔어."
입맛이 예민한 아이가 급식으로 나온 마라탕을 경험하고는 마라탕을 다시 먹어보자고 한다. 작년까지 친구들끼리 모여 마라탕 먹으러 다닌다는 이야기를 해주긴 했지만 자기는 마라탕 먹기가 꺼려서 가지 않았다고 말했던 아이가 마라탕을 접해보고는 다시 마라탕을 먹어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 일찍 끝나는 날을 잡아서 저녁에 마라탕을 주문했다. 두부면, 분모자 등 이것저것 추가로 넣었더니 꽤 금액이 나온다.
"마라탕에는 연태고량주이지!"
어제부터 마라탕과 함께 할 연태고량주와 하얼빈 맥주를 김치냉장고에 시원하게 보관하였다가 마라탕과 함께 개시한다. 혼자 연태고량주 한 병과 맥주를 말아 마셨더니 기억을 잃었다. 가족 모두 신나게 마라탕을 같이 먹고 나는 고량주 때문에 일찍 잠들었다고만 생각했다. 아침에 아내가 다양한 일들을 말하는데 바로 잠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계속 '내가 그랬다고?'를 연신 외칠뿐이다.
"기억은 없지만 성향은 남아있다."
아내가 어제 이런 말을 했던 것을 기억하냐고 했다. 어제 식사 후에도 나초와 함께 맥주를 마신 것은 기억하냐고 묻는다. 내가 맥주를 더 마셨다고? 전혀 기억이 없다. 그랬더니 어제 이걸 같이 본 것은 기억 안 나는지 묻는다. 난 전혀 기억이 없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다가 이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하니 어제도 똑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무의식 상태에서도 성향은 그대로 남아 있구나 싶었다. 아내는 어제 평소에 아내에게 하지 않던 조언 등 많은 이야기 등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소주는 원래 달았다? p.268
원래 소주는 쌀이나 고구마 등으로 발효를 시킨 후 끓여서 얻은 술이다(불사를 소燒에 술 주酒), 때문에 달콤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문제는 만들기가 까다롭다는 것. 잘못 만들면 불순물이 많이 들어가 발생하는 숙취로 하루가 지워질 수도 있었다.
《마시는 즐거움》(마시즘, 인물과사상사, 2019.05.31.)
앞에 멈춘 택시에서 기사분이 뒷자리에 잠든 아저씨를 계속 깨우지만 일어나지 않는다. 아내는 밖에서 고량주를 마시지 말라고 한다. 집 밖에서 술 먹고 기억을 잃고 돌아다니다가 사고가 난다고 걱정을 한다. 술 먹고 버틸 수 있는 것도 젊었을 때까지라고 이야기한다. 아침부터 손목이 저린다. 어제 나는 무엇을 했기에 손목이 욱신거리는 것일까 궁금하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능에서나 봤던 수면 내시경을 하고 깨어나는 과정에서 했던 행동과 말이 기억이 나지 않듯이 나도 내가 이상하게 느껴진다.
"우리 집에서 실종된 기억을 찾고 있습니다!"